[사설]지도에 없는 ‘최경환노믹스’, 아베노믹스 넘을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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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하반기에 정부 재정에서 12조 원, 금융과 외환에서 26조 원 등 모두 40조 원+α의 돈을 풀겠다고 밝혔다. 과거 추경을 능가하는 대규모다.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한국경제는 재정 세제 외환 금융 등 ‘지도에 없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만큼 절박하다는 것이 새 경제팀의 인식이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6%로 1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세월호 여파로 민간 소비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 수치로 확인됐으니 고강도 처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과거의 사내유보금은 문제 삼지 않겠지만 앞으로 발생하는 기업 이익을 금고에 쌓아두면 2∼3년 뒤 3%가량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환류세’를 신설하기로 했다. 대기업 이익이 투자와 고용, 임금상승으로 선순환이 이어지지 않자 징벌적 세금 카드를 꺼낸 것이다. 재계는 법인세 꼼수 인상이라고 비판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깎아준 세금 혜택과 고환율 정책의 혜택을 받은 대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통해 돈을 풀지 않고 금고에 쟁여놓은 것을 감안하면 자업자득(自業自得) 측면이 강하다. 기업은 공장을 해외로만 내보낼 게 아니라 국내에서 고용 창출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기업의 성장 과실도 국민에게 돌아가야 의미가 있다. 정부가 낙수(落水) 효과를 기대하며 기업에 혜택을 줬는데 무엇으로 보답했는지 묻고 싶다. 다만 정부도 세금채찍이라는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신설되는 세금을 정교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기업 스스로 투자하고 싶게 만드는 ‘규제개혁’은 지금까지 대통령의 립서비스에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도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규제 철폐에 악착같이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했으나 현장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확장적 경기대책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과감한 규제개혁과 맞물려야 한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내는 이유도 재정확대와 금리인하로 경제심리를 살린 데 이어 규제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시장 신뢰를 잃었던 현오석 전 부총리와 달리 대통령이 신임하는 실세 부총리의 정책에 시장도 반응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국회엔 규제개혁을 위한 숱한 경제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지금은 야당이 주택법을 비롯한 경제 살리기 법안에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며 철지난 이념적 공격만 할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최경환노믹스의 첫발을 내딛는 입법에 야당도 어깃장만 놓지 말고 정파를 초월해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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