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영일]야권도 비판하는 권은희 의혹… “후보 죽이기” 남탓만 할 일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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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희 부부 재산 축소신고 논란]
“정직한 사람 찾자”던 새정치聯… 權 검증엔 “정치공세” 말 달라

손영일·정치부
손영일·정치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21일 경기 수원시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은희 죽이기’가 도를 넘었다”며 작심한 듯 발언을 시작했다. 7·30 재·보궐선거 광주 광산을 권 후보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선관위가 적법한 재산 신고라고 하는데도 정치공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권 후보가) 진작에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권 후보의 양심과 정의를 신뢰하는 전국 15개 선거구의 유권자께서 표로써 권 후보를 지켜주시리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다른 당직자들의 동조 발언도 이어졌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권 후보 남편의 재산 축소신고 의혹 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권 후보 남편이 대표이사로 있는 업체가 작년에야 흑자를 내 처음으로 소득세를 냈다는 내용이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비상장 주식의 액면가 신고와 관련해 수십억 원대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새누리당 후보들을 언급하면서 새누리당도 해명하라고 받아쳤다.

새정치연합 당직자들의 잇단 성토는 한마디로 ‘왜 권은희만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권 후보 관련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면 이번 재·보선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위기감이 작동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달 초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 쏟아낸 발언들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공수(攻守)만 바뀌었는데 발언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권 후보는 논문 표절 의혹을 비롯해 재산 축소신고 및 탈세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새정치연합은 권 후보와 똑같은 의혹이 제기된 공직 후보자들을 질타하며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쟁점이 됐던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신상털기”라고 비판하는 여당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이렇게 얘기했다. “반칙하지 않고 성실히 살아온 사람, 정직하게 돈 벌고 책임 있게 살아온 사람 등을 찾자는 것이 과연 까다로운 요구인가.” 편의에 따라 기준이 바뀐다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 잣대일 뿐이다.

당 지도부는 권 후보의 전략공천이 논란이 됐을 때도 “우리 시대의 양심이자 용기, 정의”(김 대표), “살아온 이력이 진정성 그 자체”(안철수 공동대표) 등으로 권 후보를 치켜세웠다. 도대체 무엇이 양심이고 정의인가. 전략통인 김 대표가 그동안 야당은 여당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앞세워 난국을 돌파해 온 사실을 모르진 않을 텐데 왜 이러는지 답답하다.

손영일·정치부 scud2007@donga.com
#권은희#전략공천#안철수#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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