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마현, 우익 눈치 보느라 미래는 안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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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비 지키는 모임’ 쓰노다 대표… “철거결정 내린다면 끝까지 싸울것”

“추도비는 한일 우호의 상징이다. 한일 관계가 냉각된 지금 추도비를 철거하는 것은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추도비를 반드시 지키겠다.”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의 공동대표인 쓰노다 기이치(角田義一·사진) 변호사는 17일 군마 현 마에바시 시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4년 4월 추도비가 설립될 당시 그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참의원 부의장이었다. 추도비 설립에도 앞장섰다.

쓰노다 변호사는 “2004년 이후 매년 추도비 앞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군마 현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2년 전부터 극우 인사들이 집회를 문제 삼기 시작하자 현은 ‘집회 장소를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지난해와 올해는 집회를 다른 장소에서 가졌다”며 “그만큼 우리가 양보했는데도 현이 추도비 철거를 고려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군마 현이 ‘정치적 행사를 했다’고 문제 삼는 것에 대해 그는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현에 분명히 밝혔다. 미래가 아니라 과거만 보고 의사 판단을 하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쓰노다 변호사는 현이 추도비 설치 허가 연장에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보수 분위기,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인종이나 종교 등에 대한 증오 발언)가 나올 정도의 우경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추도비 철거는 일본인의 역사인식 문제일 뿐 아니라 한국과 연계되는 외교 문제이기도 하다”며 “철거를 하려면 (외교 문제를 총괄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에게 물어보고 하라고 현에 알렸다”고 밝혔다.

군마 현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현은 이달 11일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 측에 협의를 요청했다. 당시 현은 ‘자진 이전’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쓰노다 변호사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그 대신 추도비 부지를 모임 측에 매각할 것 등을 역제안했다”고 말했다. 당시 현 측은 즉각적으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현은 22일 2차 협의를 요청했다. 쓰노다 변호사는 “만일 현이 철거 결정을 내린다면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다카사키·마에바시=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마에바시#쓰노다#추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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