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IB구상과 한국]中, 견제장치 없애 亞금융질서 재편 속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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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 없는 비상임이사회 구성 왜?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이사회를 비상임이사들로만 구성하려는 것은 AIIB를 통해 지금까지 미국 일본이 주도했던 아시아 지역 내 국제금융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평가된다. AIIB 내에서 중국의 결정을 회원국들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독점하고 있는 아시아 인프라투자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기구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AIIB의 경영지배 구조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막대한 경제효과를 얻기를 기대하며 AIIB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던 한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견제장치 없는 AIIB

개발도상국들에 개발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맡는 대표적인 국제개발은행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ADB, 미주개발은행(I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 5곳이다.

국제개발은행들은 참여 회원국들에 개발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자본금을 내도록 하고 자본금 크기에 비례해 지분과 투표권을 준다. 이들 국제개발은행은 개발사업을 실제로 진행하는 집행부, 사무국과 별도로 주요 회원국 대표들로 구성된 상임이사회를 두고 있다. 상임이사회는 주식회사의 이사회처럼 회원국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어떤 개발사업에 얼마나 자금을 빌려줄지 승인 및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반면 AIIB는 상임이사회를 두지 않을 예정이다. 중국이 임명한 집행부와 이들의 지휘를 받는 사무국이 사실상 사업결정권을 독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중국이 이런 지배구조를 원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 국제기구에서는 상임이사국 간에 거미줄처럼 얽힌 이해관계 탓에 회원국들의 다양한 인프라투자 개발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중국이 AIIB를 통해 추진하려는 대표 사업인 중국 베이징∼이라크 바그다드의 ‘신(新)실크로드’ 철도 건설은 10여 년 전부터 ADB에서 논의됐지만 그동안 이런 이유로 거의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상임이사회 없는 조직을 만들려는 중국 측 의도에는 미국 일본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배제하려는 목적이 숨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참여한다면 2대 주주가 될 한국에 대해 의사결정권을 제한한 것 역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AIIB의 핵심 참여국인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은 미국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ADB에도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 경제효과 기대되지만 “들러리 전락” 우려도

상임이사회가 설치되지 않으면 AIIB 내에서 중국은 견제 받지 않는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투자사업을 결정하고 진행할 집행부와 사무국이 모두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면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비상임이사회는 집행부의 결정을 추인하는 역할만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최대 주주인 미국 일본이 각각 15.6%의 지분을 갖고 있는 ADB 등 다른 국제개발은행들은 최대 주주국의 지분이 30%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AIIB의 지분을 50% 이상 소유해 과반수의 투표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자칫 한국이 AIIB에 대규모의 자금을 출자하고도 중국의 ‘들러리’ 역할만 맡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AIIB에 참여하면 한국이 얻을 경제적 효과는 클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ADB와 달리 아세안 러시아 몽골 등이 회원국이 될 AIIB에 참여하면 한국 기업들이 AIIB가 추진하는 인프라 개발사업의 핵심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AIIB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만큼 통일시대에 대비해 북한 인프라 투자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AIIB 회원국 중 한국의 인프라 건설 경쟁력이 압도적인 만큼 경제적으로 보면 이로운 점이 적지 않다”며 “미국의 동의를 구할 수 있다면 ADB와 AIIB에 동시 가입해 일본 중국의 중재자 역할로 외교적 위상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중국#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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