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받을 퇴직금도 이혼때 분할?… 교사 아내와 남편 법정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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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측 “부부 협력 재산… 나눠야”
아내측 “배우자 기여도 인정못해”
대법원 이례적 공개변론

이혼할 때 미래에 받을 퇴직금까지 배우자와 나눠 가져야 할까.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심판정에서 이혼 시 장래퇴직금 재산분할 소송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혼할 때 미래에 받을 퇴직금까지 배우자와 나눠 가져야 할까.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심판정에서 이혼 시 장래퇴직금 재산분할 소송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혼인 기간 수입은 생활비나 교육비로 대부분 사용되고, 노후 대비 재산에서 퇴직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재산분할 대상을 확장해야 합니다.”(남편 측 소송 대리인)

“별거 기간 홀로 자녀를 키우며 노후를 준비해 온 아내가 혼인 관계 파탄의 주된 원인이 있는 남편과 장래 퇴직금을 나눠야 한다면 부당합니다.”(아내 측 소송 대리인)

이혼할 때 배우자가 장래에 수령할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까. 이 문제를 놓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가 19일 공개변론을 열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퇴직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국민적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기존 판례(1995년)는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장차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봤다.

교사인 아내(44)는 14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2010년 연구원 남편(44)에게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은 항소심에서 “부부가 장래에 받을 퇴직금과 퇴직수당 등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내가 받게 될 퇴직금과 수당은 약 1억1094만 원, 남편은 3960만 원으로 추정된다. 재판부가 판례를 들어 남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자 남편이 상고했다.

변론에서 남편 측 양정숙 변호사(법무법인 서울중앙)는 “배우자의 협력이 없었다면 직장에서 장기 근속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장래 퇴직금이 확실한 현존가치를 가진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현소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퇴직금은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므로 평등한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분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 측 임채웅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어디에도 퇴직금에 대한 분할 규정이 없다. 재산분할을 인정하면 당사자의 노후 대책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참고인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근로 역량은 혼인 전 이미 결정돼 있다. 임금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퇴직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받지도 않은 장래 퇴직금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현 교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이 끝난 시점에서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을 바탕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이혼 당시 이미 적립된 퇴직금에 한정해야 하는데 그것도 지금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므로 할인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날 변론 내용을 토대로 합의 절차를 거쳐 최종 선고할 방침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혼 재산분할#퇴직금#부부 협력 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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