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god 그 이상의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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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6월 10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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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가 운영하는 ‘소울샵 엔터테인먼트’에서 첫 신예, 메건리가 탄생했다. 그리고 12년 만에 god가 다시 뭉쳤다. 김태우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다.


먼저 god를 묻다
5월 16일 오후 2시 30분. 친구에게 부탁받은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던 티켓 예매의 달인은 컴퓨터 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수많은 콘서트를 예매해 보았지만 이만큼 치열한 적은 없었다며 한탄했다. 원년 멤버 다섯 명이 모여 12년 만에 여는 god의 콘서트 티켓은 그렇게 오픈 30분 만에 7월 중순에 있을 2회 공연, 2만6천장이 동이 났다.
콘서트 티켓이 판매되기 하루 전, 김태우(33)를 만났다. 그 또한 god 컴백을 향한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이 얼떨떨하다고 했다.
“처음에 형들은 콘서트 장소인 잠실 보조경기장이 부담스럽다고 했어요. 2만 명이나 올까? 그래서 애초 1회 공연만 하자고 했죠. 1회만 해도 올 사람은 다 올 거라고. 사실 음원도 조금 더 있다가 내자고 했어요. EXO 컴백 시기랑 겹치면 큰일나니까요(웃음).”
막상 5월 8일, 윤계상 탈퇴 기준으로 12년 만에, 김태우·손호영·데니안·박준형 4인 체제의 마지막 활동 기준으로는 10년 만에 발표된 음원 ‘미운오리새끼’는 각종 음원 차트를 빠르게 점령해 나가기 시작했다.
“요즘엔 다 실시간이잖아요. 음원 발표하고 1시간이 지나자 차트 순위가 쭉쭉 바뀌는데, 놀랍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god는 추억이잖아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god를 기억하고 있다는 게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재결합과 컴백, 꽤 여러 차례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어요.
제가 2009년 2월 전역한 후 3일 만에 계상이 형을 만났어요. 이제는 (컴백)해도 될 것 같다고 했죠.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계상이 형은 굉장히 방어적이었어요. 형은 대중과 멤버들이 자신의 탈퇴에 관한 오해를 풀기 전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윤계상은 연기자로의 변신을 위해 god를 탈퇴했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그 뒤로도 계속 형들과 만나고 통화하면서 여러 번 재결합이야기를 했었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2012년 ‘윤계상의 원테이블’을 통해 계상이 형이 진짜 원했던 것은 연예계를 떠나는 것이었다고 얘기함으로써 모든 오해가 풀리고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졌던 것 같아요. 계상이 형도 이제는 정말 적극적이고요. 그러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네요. 올해는 god 데뷔 15주년이기도 하고 힘든 일을 겪은 멤버도 있어서, 올해 안에 뭔가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예상보다 컴백 시기가 앞당겨진 것 같은데요.
앨범 작업을 하면서 ‘미운오리새끼’는 타이틀로 생각할 만큼 아껴뒀던 노래예요. 그런데 계상이 형이 세월호 사고 이후 저희를 다 불러놓고 ‘god의 첫 음원이 좋은 뜻으로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음원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자고요. 모든 멤버가 그 자리에서 좋다고 했죠. 이미 녹음도 끝난 상황이어서 앨범 발표와 상관없이 그냥 공개했어요. 한 번 하자고 결의를 하고 나니까 모든 게 금방금방 진행되더라고요. 그게 god의 팀워크인 것 같아요. 단합이 잘 되거든요.

오늘(5월 15일 기준)까지 8일간 음원 차트 1위를 유지하고 있어요.
아! EXO를 이긴다는 게 말이 됩니까. EXO가 15년 전의 god잖아요. 그땐 우리가 봐도 ‘이 인기가 과연 꺾일까?’ 싶을 정도였거든요. EXO를 음원 순위에서 이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오히려 주변 스태프들이 ‘왜 너희들이 그런 걸 걱정하냐. 너흰 god다’ 그러더라고요.

아직 앨범이 발매된 상황도 아닌데 반응이 뜨겁네요. god의 8집. 기대가 됩니다.
이제 세 곡을 녹음했고, 뮤직 비디오도 촬영하고 있어요. 7월 12, 13일 서울 잠실 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갖기 전에 앨범을 발표할 거고요. 다음 발표곡은 ‘미운오리새끼’보다 신나는 노래가 될 거예요.

오랜만에 함께 녹음 작업을 하면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웃음) 스튜디오를 빌리면 사용료를 내야 하잖아요. 그런데 수다가 80%예요. 10시간 빌리면 중간 중간 수다 떠느라 2시간도 채 녹음을 못한다니까요. 옛날 이야기만 몇 시간씩 하는 거예요. 그만큼 추억이 많으니까요. 가족이나 마찬가지였거든요.

‘미운오리새끼’를 듣고 예전만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싹 가셨어요.
저도 놀랐어요. 타고난 재능과 연습도 중요하지만 연륜이라는 걸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미운오리새끼’ 도입부 ‘시린 바람이 부는 강가에’라는 내레이션을 계상이 형이 했는데 진심이 묻어나더라고요. 한창 활동하던 때에는 인생에 대해 미숙한 부분이 많아서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던 것이 없잖아 있었거든요. 이제는 사랑도 인생도 좀 더 진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깊이가 생긴 것 같아요. 또 멤버 모두 자진해서 재녹음을 하기도 하면서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오랜 기간 함께한 만큼 멤버 간의 돈독함도 남다를 것 같아요.
무엇을 해줘서가 아니라 그냥 god라는 게 버팀목이 돼 주는 것 같아요. 그냥 그 자체로요. 저도 솔로 앨범을 만들 때마다 1집부터 7집까지 다시 다 들어보고 시작하거든요. 굉장한 영감을 얻죠.

god가 아이돌 중에 가장 히트곡이 많을 것 같은데요.
어제 콘서트 콘티를 짰거든요. 오랜만의 콘서트니까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는 편한 곡만 얼추 추려서 콘티를 다 짰는데, ‘어머님께’를 빠뜨렸더라고요(웃음).

어렵게 뭉친 만큼 앞으로 꾸준한 활동이 기대됩니다.
어떤 계획을 확실히 정해 놓은 것은 아니에요. 5년 전에 재결성이 안 된 것은 그게 자연스럽지 않아서 그런 거였거든요. 그저 저의 고집과 생각일 뿐이었던 거죠. 제가 그걸 끝까지 끌고 와서 이렇게 재결합한 건 맞지만 그것보다 할 때가 됐으니까 한 거라고 생각해요. 다음의 기약도 마찬가지죠. 앞으로 각자 개인적인 활동을 이어갈 것이고, 또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뭉칠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이 주어지면 그때 무엇인가가 되는 거겠죠. god는 태생부터가 그런 것 같아요. 뭔가 의도적으로 기획하고 짜 맞춰진 것이 아니니까요.

이제 본론이다! 김태우가 갖는 꿈의 크기
사실 김태우와의 인터뷰는 ‘미운오리새끼’ 발표 전의 선약이었다. 애초 소울샵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으로서의 포부와 꿈을 물을 참이었다. 1999년 god로 데뷔 후 8년간 JYP에 몸담았던 그가 처음 독립한 곳이 바로 소울샵 엔터테인먼트였다. ‘1인 기획사’로 첫 발을 내디뎠지만 그의 입대와 함께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었다. 제대 후 다른 기획사에서 솔로 앨범을 내며 활동하다 2012년, 대대적인 재정비를 통해 다시 문을 열었다. 그리고 2년만의 첫 결과물로, 5월 15일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2’에 출연한 메건리가 김태우의 프로듀싱으로 ‘8days’를 선보였다. 이제 막 공개된 따끈따끈한 메건리의 음악을 들으며 통통 튀는 그녀의 매력 어디쯤에 김태우의 손길이 녹아있나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8년 동안 (박)진영이 형을 보면서 형이 걷는 길이 자연스럽게 제 목표가 된 거예요. god로 활동하면서도 ‘언젠간 나도 진영이 형처럼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시기적으로는 2011년 소속사와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소위 인생의 배팅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20대까지는 실수도 할 수 있고, 그 실수를 만회할 수도 있지만 30대부터는 아니잖아요. 뭔가 확고하게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 거죠. 더 나이가 들면 안주하려고 할 거고, 결혼하고 아이도 생기면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 때다” 싶었어요. 혼자 노래 부르고, 방송 하면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제 꿈의 크기가 저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더라고요.

스승에게 취할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진영이 형은 뮤지션으로, 가수로, 사람으로, 사장으로 모든 면에서 완벽하죠. 그래서 그대로 따라하다간 제 가랑이가 찢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 못하는 건 있어요. 제가 모든 것을 하려고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 진영이 형은 경영부터 프로듀싱, 안무까지 다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성과 감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게 힘들어요. ‘내가 손해보고 말지’ 그게 사업가로서는 안 될 말이니까요.

‘내가 손해보고 말지’ 할 때 옆에서 말려줄 분을 찾았나요.
두 달 전 제 아내(김애리 전 서울대 생명과학연구소 연구원)가 경영이사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거의 반 강제로 제가 부탁한 거죠.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보다, 아내라서 더 든든한 면도 있어요.

소울샵 엔터테인먼트가 나아갈 길 또한 JYP와 비슷한 건가요.
진영이 형이 소속 가수에게 자신의 색깔을 완벽하게 칠하는 프로듀서라면 저는 합의점을 찾는 프로듀서인 것 같아요. 메건리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이 있을 테고, 저는 그걸 잘 버무려서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하거든요. 저와 메건리가 가진 생각과 감성의 합의점을 잘 찾아 신선한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제 모토는 그냥 ‘자연스럽게’예요. 진실된 음악을 하면 사람들이 믿어 준다는 거, 저는 아직도 그걸 믿어요.

책임감이 막중할 것 같아요.
리더는 결과로 보여줘야 하니까요. 리더의 선택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아무런 힘을 내지 못해요. 최근 가수 길건과도 계약을 했고, 신인 남자가수도 계약을 앞두고 있어요. 이제는 열심히 해서는 부족할 것 같아요. 잘 해야죠. 다른 사람의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도 되지만 그만큼 좋은 결과를 얻으면 엄청난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한창 god 활동 당시의 김태우는 막무가내로 장난도 치고, 유쾌하고, 때론 어리광 부리던 ‘막내’였다. 하지만 오늘의 김태우는 달랐다.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사람은 환경과 위치가 만들어 내더라고요. 아마 제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예전의 모습이 더 많이 남아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제가 진중하지 않으면 많은 것이 흔들리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god)형들 앞에서는 여전한 막내죠.”
물론 2011년 결혼해 두 딸의 아버지가 된 것도 그의 진중함에 한몫을 할 것이다. 지난 어린이날에는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첫째를 가슴에 안고, 돌도 채 되지 않은 둘째를 유모차에 태워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다녀왔다. 데뷔 당시 ‘육아일기’로 ‘국민 아이돌’ 호칭까지 받은 god 멤버 중 유일한 유부남이라 현재 방송 중인 대부분의 육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내가 연예인이라서 아내와 아이들이 평범한 행복을 빼앗기는 건 싫어요. 그래서 그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분명한 동물원에도 가고 그러는 거죠. 가족이 행복해하고, 가족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지니까요.”

글·진혜린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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