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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자연과 생명존중… 다른 듯 서로 닮은 師弟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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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자연과 생명존중… 다른 듯 서로 닮은 師弟의 예술

동아일보입력 2014-05-20 03:00수정 2014-05-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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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철학 들려주는 두 전시
김종영展& 최만린展
《 우리나라 추상조각의 선구자 우성 김종영(1915∼1982)은 조각하지 않은 아름다움, 즉 ‘불각(不刻)의 미’를 평생의 벗으로 삼았다.
나무든 돌이든 군더더기 하나 없는 조각에 꾸미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미의식이 살아 숨쉬는 이유다. 맵고 짠 양념은 빼고 천연 재료의 순수함을 살린 음식처럼 처음엔 싱겁고 덤덤한 맛 같은데 오래 보면 볼수록 은근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과 그의 제자 최만린 씨의 개인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김종영은 군더더기 없는 조각을 통해 무위자연의 철학을 들려준다(왼쪽 사진). 최만린의 조각은 사물의 근원을 표현해 생명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김종영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서울 종로구 평창32길 김종영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는 ‘무위의 풍경’전은 우성의 삶과 철학의 근간을 이룬 노장사상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조각 서예 드로잉을 통해 짚어보는 자리다. 비움의 의미를 일깨우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작품들이 탐욕으로 눈먼 세상을 향해 지금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잔잔하게 들려준다. 6월 1일까지. 02-3217-6484

마음의 혁명을 깨우치는 또 다른 조각전이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대 미대 교수였던 우성의 제자로 스승의 뒤를 이어 추상조각의 토대를 비옥하게 일군 원로작가 최만린 씨(79)의 개인전이다. 생명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오롯이 길어 올린 조각들이 세월호 때문에 찢긴 가슴을 파고든다. 7월 6일까지. 02-2188-6000

○ 무위의 철학 김종영 전

돌 나무 청동 조각들이 하나같이 아담한 크기다. 생김새도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인위적 흔적을 최소한으로 남긴 우성의 조각들은 노장사상으로 풀어낸 현대적 조형의 드높은 경지를 엿보게 한다. 순수와 절대를 향한 예술가의 꿈은 인문정신과 결합해 세월 가도 녹슬지 않는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장식과 세련된 기교를 경계했던 우성의 작품들은 무위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우성이 생각한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거나 멋대로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주 원리를 체득한 후에, 그것을 삶의 영역에서 실천한다는 깊은 통찰’이 담긴 작업이다. 서원영 학예사는 “우성의 작품이 보여준 노장사상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혜안은 무엇인가 탐구하는 것이 전시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우성은 스스로의 내면을 담금질하기 위해 날마다 붓을 잡았다. 노자와 장자의 문장을 옮긴 서예 작품들은 조각보다 직설적으로 존재와 삶에 대한 성찰과 사유를 이끌어낸다. ‘아무것 하지 않아도 존경받으며/소박한 채 있어도/천하에 그와 아름다움을 다툴 자가 없다.’ (장자의 천도(天道)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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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철학 최만린 전

“자연과 생명의 숨결을 흙에 담아서 마음의 울림을 빚었다.” 최만린 씨는 평생의 여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인간’ ‘뿌리’ ‘생명’ ‘비움’으로 이어진 전시장에는 1950년대 그를 주목받게 만든 인체조각 ‘이브’를 비롯해 천자문을 화두로 삼은 ‘천지현황(天地玄黃)’, 1970∼80년대의 ‘태’ 시리즈, 만물을 근원적 형태로 응축한 ‘0’시리즈까지 시대별 대표작들이 망라돼 있다. 한국의 자생적 조각을 고민한 여정의 충실한 기록이다.

불필요한 설명을 없애고 본질에 주목한 작가의 조형세계는 결국 생명에 대한 존중과 애정으로 귀결된다. 격변의 세월과 참혹한 전쟁을 체험한 세대인 작가에겐 인간의 생존 의지와 생명의 아름다움이 그만큼 절실한 화두였던 것이다.

특이하거나 거창한 형태에 집착하지 않은 두 조각가의 작업은 삶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한국 추상조각의 뿌리를 살펴보는 기회이면서 사람이 돈을 섬기는 우리의 척박한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전시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무위의 풍경#김종영#최만린#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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