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촉감부위 자극하자… “사이트속 유물 만지니 까끌까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영화 ‘트랜센던스’처럼 인간-기계 결합 어디까지…

영화 ‘트랜센던스’에는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이 뇌의 전기신호를 컴퓨터로 전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근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의 경계를 차츰 허물어뜨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용안 가톨릭대 교수팀이 초음파를 이용해 가상의 촉감을 생성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며 지금까지 찌릿함, 차가움 등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조이앤컨텐츠그룹·가톨릭대 제공
영화 ‘트랜센던스’에는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이 뇌의 전기신호를 컴퓨터로 전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근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의 경계를 차츰 허물어뜨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용안 가톨릭대 교수팀이 초음파를 이용해 가상의 촉감을 생성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며 지금까지 찌릿함, 차가움 등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조이앤컨텐츠그룹·가톨릭대 제공
“윌의 생각을 업로드하면 윌을 살릴 수 있다고!”

인류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슈퍼컴퓨터 ‘트랜센던스’를 개발하던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이 반(反)과학 단체 회원에게 저격을 당한다. 동료 과학자이자 그의 연인인 에벌린(레베카 홀)은 윌을 살리기 위해 그의 뇌를 슈퍼컴퓨터에 업로드한다. 윌의 뇌와 결합한 슈퍼컴퓨터는 세상을 조종하기 시작하고,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최근 개봉한 영화 ‘트랜센던스’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결합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모티브로 과학적 상상력을 한껏 펼친다. 영화에서처럼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건 실제로 가능할까.

○ 뇌 특정 부위 자극해 가상 감각 생성

정용안 가톨릭대 통합의학연구소 교수는 “뇌의 다양한 전기신호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건 현재 기술로 가능하다”면서도 “영화에서처럼 뇌의 사고 기능을 포함해 뇌를 통째로 옮기는 건 아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뇌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다. 현재 뇌를 이용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개발 중인 기술 중에서는 ‘진짜 같은 가짜 감각’ 재현이 가장 앞서 있다.

정 교수는 “차가운 물에 손을 담글 때와 딱딱한 물체에 손이 닿을 때 뇌가 반응하는 부위가 서로 다르다”면서 “이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한 뒤 역으로 이용하면 가상의 촉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인터넷으로 미국의 한 박물관 사이트에 접속해 이곳에 전시된 유물을 훑어보다가 유물을 만져보고 싶다면 유물의 질감에 관련된 촉감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자극해 직접 유물을 만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할 수 있다. 또 세계 각지에 흩어진 사람들이 원격회의를 할 때 악수하는 시늉만으로도 뇌에서 손바닥 촉감에 관여하는 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실제로 악수하는 듯한 착각이 일어날 수 있다.

정 교수팀은 25만 Hz(헤르츠) 수준의 약한 초음파를 이용해 손의 촉감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뇌 표면을 1mm 간격으로 촘촘히 나눠 초음파로 자극을 가하면서 부위별로 관련된 촉감을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진이 확인한 뇌 부위는 가려움, 찌릿함, 차가움 등 10여 가지다.

유범재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장은 “이 기술에 현실과 가상공간을 통합하는 기술, 실감나는 아바타를 바로 앞에서 관찰하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술 등을 결합하면 해외에서 유학 중인 자녀의 얼굴을 눈앞에서 만지는 행복한 상황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가상공간에서 쇼핑하고 캐치볼 즐길 수도

이를 위해 가상공간에서 무게를 실감나게 만드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손부터 팔, 어깨까지 팔 전체를 감싸는 웨어러블 기기를 걸치면 가상공간에서 물건을 들어올릴 때 팔에 힘이 가해져 뇌가 무게를 인식하게 된다.

배준범 울산과기대(UNIST) 기계및원자력공학부 교수팀은 특수장갑을 개발했다. 이 장갑을 끼면 가상공간에서 손가락과 손바닥에 미치는 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손가락 마디마다 소형 액추에이터(기계장치를 움직이게 만드는 구동장치)가 달려 있어 물체의 무게에 따라 힘의 강약이 조절되고 뇌는 무게가 다르다고 인식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실감교류로보틱스연구센터는 손목부터 어깨까지 손을 제외한 팔의 나머지 부분을 감싸는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었다. 특수장갑과 함께 이 기기를 착용하면 이들이 우리 몸의 근육을 대신해 가상공간에서 무게를 느끼게 만든다.

배 교수는 “이 기술이 완성되면 TV홈쇼핑에서 등산화를 사려고 할 때 얼마나 가벼운지 직접 들어보고 살 수 있다”면서 “가상현실에서 가상의 류현진 선수와 캐치볼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단장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비롯한 가상현실 기술은 3차원(3D) 현실세계를 넘어선 4차원(4D)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4D 기술이 발전하면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의 경계는 더욱 빨리 허물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준범 동아사이언스 기자 bbeom@donga.com
#트랜센던스#뇌#초음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