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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훈]‘사진예술가’ 유병언과 뱁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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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훈]‘사진예술가’ 유병언과 뱁새

최영훈 입력 2014-05-02 03:00수정 2014-12-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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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관리공단이 전국 국립공원에서 10여 년 동안 조류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관찰된 새는 ‘붉은머리오목눈이’였다. 다음으로는 참새 박새 직박구리 등의 순이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한국에서 가장 흔한 새로 확인된 것이다. 이름처럼 머리가 불그레하고 눈이 약간 오목하다. 참새보다 더 작고 날씬한 이 새를 우리는 흔히 뱁새라고 부른다. 우는 소리 때문에 비비새라고도 한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사업체이자 해외 페이퍼컴퍼니의 이름이 붉은머리오목눈이였다. 사진애호가인 그는 경기 안성의 개인 스튜디오 창문에서 4년간 270만 장이 넘게 사진을 찍었다. 쉽게 눈에 띄는 이 새의 사진도 즐겨 찍었다고 한다. 그의 측근은 “작품성이 높은 그의 사진 중 비싼 것은 8000만 원까지 나간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 600여 점을 계열사와 관계사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수백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수사 중이다.

▷청해진해운이 운영하는 여객선 가운데 ‘오하마나’호는 경상도 사투리로 ‘아니 벌써(하마)’란 뜻이다. 세월호는 ‘세(世)’와 ‘월(越)’을 조합해 ‘세상을 초월한다’는 뜻으로 구원파의 교리인 ‘속세를 벗어나 구원을 받는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그가 예명으로 쓴 아해는 ‘야훼’를 변형한 것이고, 세모는 모세를 뒤집은 것이라고 한다. 이 밖에 노른자, 다판다, 달라요, 힘세지 등 촌스러운 작명도 많이 했다. 유 씨가 이런 이름들을 상표로 등록해 계열사나 관계사로부터 돈을 받아 챙겼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쉬운 뱁새라는 이름을 두고 ‘붉은머리오목눈이’라는 이름을 굳이 사용한 이유가 뭘까. 우리 속담에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있다. 세월호 참사는 청해진해운의 부실 및 적자경영 탓도 크다. 유 씨가 어설프게 종교적 선지자에 이어, 세계적인 사진예술가 흉내까지 내다가 전 국민을 비탄에 잠기게 만든 참사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다.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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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유병언#뱁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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