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성좌의 ‘허풍’, “소박한 밥상같은 퓨전마당놀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4월 25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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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성좌의 ‘허풍’, “소박한 밥상같은 퓨전마당놀이”
극단성좌의 ‘허풍’, “소박한 밥상같은 퓨전마당놀이”
극단 성좌의 ‘허풍’, “소박한 밥상 같은 퓨전 마당놀이”

“현실에 충실하면 미래는 저절로 열린다.”
극단 성좌의 ‘허풍(연출 권은아)’은 연극이라 하기에는 음악과 쇼적인 요소가 강하고, 그렇다고 본격적인 마당놀이라고 하자니 연극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래서 제작진은 친절하게 퓨전 마당놀이라는 설명을 달아 놓았다.

이것저것 재료를 한 그릇에 쓸어 담고 고추장 넣어 쓱쓱 비벼버리는 비빔밥장르인 ‘퓨전’에 대해 ‘왠지 가볍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허풍’에서는 초점을 제대로 맞췄다.

‘허풍’은 가벼운 작품이다. 신명나고 유쾌한 90분을 확실하게 관객에게 제공한다. 그저 웃고 박수치고 흥을 돋우다가 막판에 무심한 듯 툭 하고 메시지 하나를 던질 뿐이다.
“현실에 충실하면 미래는 저절로 열린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게 만드는’ 허풍쟁이인 뱀 잡는 땅꾼 허풍. 허풍만 센 것이 아니라 바람기도 만만치 않아 마누라 용녀는 늘 고민이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유능한 무당을 찾아다니는 황서방, 김서방을 만나게 되고, 용녀는 이들에게 “허풍이란 무당이 틀림없이 당신들 주인댁 따님의 실어증을 고쳐줄 것”이라 귀띔해준다.

“다만 스스로 영험한 무당임을 시인하지 않거든 불문곡직 두들겨 팰 것”을 요구한다. 용녀는 이참에 남편의 못된 버릇을 단단히 고쳐줄 생각이다. 얼떨결에 무당이 되어 부잣집에 끌려간 허풍은 팔자에도 없는 무당노릇을 하다 실어증에 걸렸다는 딸 송이와 진섭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알게 되고,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서게 된다.
물론,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극은 익숙한 스토리를 따라가며 볼거리, 들을거리를 풍성하게 차려낸다. 100여 석 밖에 되지 않는 소극장 작품이라 배우들의 세밀한 표정연기까지 눈앞에서 즐길 수 있다. 두 명의 배우가 비보잉을 선보일 때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음악은 민요부터 랩까지, 그야말로 퓨전의 톡 쏘는 맛을 전해준다.

거창국제연극제와 춘천국제연극제에 공식초청을 받아 전석매진을 달성한 작품이다. 상다리가 휘어져 나가는 한정식은 아니지만 텃밭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푸성귀에 산나물, 생선 한 마리 구워 된장찌개와 올린 가정식 백반같은 작품이다. 소박하지만, 틀림없이 맛있다!

서울 동숭동 아름다운극장(공연문의 070-8804-9929)에서 27일까지 공연한다.

마지막 팁 하나. 젊은 커플에게도 나쁘지 않겠지만, 중년 모임이나 친구들끼리 몰려가 보면 더욱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거의 모든 공연이 오후 8시부터 공연을 시작하지만 ‘허풍’은 오후 7시 30분에 막을 올린다.

끝나고 즐거운 뒷풀이를 하시라는 ‘허풍’의 배려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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