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에게 한국공연 허락받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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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지도차 방한한 천재 안무가 두아토

세계적인 안무가 반열에 오르는 비결은 무엇일까. 멀티플리시티의 나초 두아토는 좋은 안무가가 되는 비결로 “안무를 다 짜고 음악을 입히는 게 아니라 음악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춤의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귀띔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세계적인 안무가 반열에 오르는 비결은 무엇일까. 멀티플리시티의 나초 두아토는 좋은 안무가가 되는 비결로 “안무를 다 짜고 음악을 입히는 게 아니라 음악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춤의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귀띔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작품을 만들 때 내 더러운 손으로 위대한 음악가인 바흐의 곡을 건드리는 것이 몹시 두려웠다.”

몸으로 음악을 연주한다는 찬사를 받아온 스페인 출신의 천재 안무가 나초 두아토(55)의 말이다.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 유니버설발레단(UBC)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간담회 중에 바흐에 대한 존경심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바흐 음악을 무용으로 표현한 대표작 ‘멀티플리시티’의 공연 시작과 끝 무대에 올라 직접 춤을 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프닝에선 ‘바흐, 내가 당신의 음악을 사용해도 되겠습니까’라는 의미로, 마지막 장면에선 ‘바흐 당신의 위대한 음악을 사용하도록 허락해 줘서 감사합니다’라는 뜻이죠.”

아쉽게도 그는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이 작품은 2002년 그가 이끈 스페인 국립무용단이 내한해 국내 초연됐다.

올해는 UBC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국내 무용수들이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바흐 역의 남자 주연 무용수는 바로크 시대 정장에 회색 가발까지 갖추고 나선다. 바흐의 지휘에 따라 무용수들은 악기, 음표로 변신해 무대 위에서 바흐의 음악세계 및 삶을 그려낸다. 그는 이 작품으로 ‘현대 발레의 천재 안무가’란 수식어와 함께 2000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안무상을 받았다.

그는 간담회에 앞서 공개된 리허설에서 무용수들을 열정적으로 지도했다. 바흐 역의 발레리노가 발레리나의 몸을 첼로로 삼아 활을 켜며 연주하는 장면이었다. 나초는 “현대 발레에선 고전발레와 달리 손과 발, 팔보다 몸을 먼저 사용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자신이 안무한 작품에 대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그는 “UBC에서 창단 30주년 기념작으로 이 작품을 하고 싶다고 요청이 왔을 때 바로 답을 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스페인 국립무용단, 독일과 노르웨이의 국립발레단, 러시아 미하일롭스키 발레단에서만 공연할 만큼 바흐의 음악에 대한 표현력이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UBC의 기량을 보고, 무용수들의 몸 움직임과 집중력이 좋다고 판단해 이번에 UBC 공연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25∼27일 3만∼10만 원. 070-7124-1737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유니버설발레단#나초 두아토#바흐#멀티플리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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