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자살보험금’ 최소 수천억 미지급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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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약관 개정前 계약자 자살… 보험금 적은 ‘일반사망’으로 지급
금감원 “자살 조장 우려” 딜레마

생명보험사들이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은 ‘자살보험금’이 최소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생보사들이 2010년 4월 약관 개정 이전까지 보험 계약자가 자살하면 ‘재해사망 보험금’을 주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은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한 사실이 금융당국의 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어물쩍 넘어간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앞으로 발생할 사고에 옛 약관을 적용할 것인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생보업계의 자살 보험금 미지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생보사가 재해사망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파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ING생명이 2003∼2010년 90여 건의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 보험금 대신 일반사망 보험금을 줘 총 200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ING생명의 시장점유율이 3∼4%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생보사 전체가 미지급한 자살 보험금이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또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보다 훨씬 많은 2조 원이 미지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 교통사고 등 재해로 숨졌을 때 주는 재해사망 보험금은 일반사망 때보다 평균 2∼3배 많다. 생보사들은 2000년대 초반 자살을 재해로 인정하는 약관이 들어가 있는 재해사망 특약보험을 판매하다가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2010년 4월에 ‘자살의 경우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약관을 전면 수정했다.

현재 생보사들은 미지급 문제를 제기한 고객에 대해 개별적으로 보상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약관에 문제가 있더라도 보험금은 약속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도 2007년 보험금은 약관대로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발생한 미지급 보험금은 지급하되 앞으로 발생할 사고에 대해서는 옛 약관을 적용하지 않는 중재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생명보험사#자살보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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