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오늘도 편지를 씁니다’ 쓴 권혁철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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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처지를 읽고 손편지를 쓰면 1년만에 만나도 미소답장을 받지요”

‘오늘도 편지를 씁니다’의 저자 권혁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북지역본부장. 지난해 300통이 넘는 손 편지를 썼다는 그는 인터뷰 이틀 뒤 등기우편으로 기자에게 손 편지를 보내왔다. 권혁철 씨 제공
‘오늘도 편지를 씁니다’의 저자 권혁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북지역본부장. 지난해 300통이 넘는 손 편지를 썼다는 그는 인터뷰 이틀 뒤 등기우편으로 기자에게 손 편지를 보내왔다. 권혁철 씨 제공
“그간 쓴 손 편지요? 글쎄, 작년 한 해 동안 제가 쓴 것만 320통은 될 것 같은데요? 많이 쓰는 날에는 하루에 11, 12통까지 쓰는 날도 있어요.”

‘오늘도 편지를 씁니다’(미래를 소유한 사람들)의 저자 권혁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북지역본부장(48·사진)은 손 편지 애호가다.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형편의 아동과 후원자를 연결하는 일을 23년째 하는 그가 지금까지 아이들과 후원자, 재단 직원들과 주고받은 손 편지는 무려 3000여 통. 이 책은 이들 편지 중에서 그 감동이 잊혀지지 않는 편지를 소개하고 편지에 얽힌 사연을 추가한 책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격려하거나 후원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할 목적에서 손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재단 동료나 가족에게도 수시로 손 편지를 쓰게 됐죠. 어떤 날은 밤 10시, 11시부터 새벽 4, 5시까지 편지를 쓰느라 꼬박 밤을 새우기도 해요.”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e메일과 휴대전화 메신저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손 편지를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제 편지를 받은 사람은 1년 만에 만나도 저만치 걸어오는 얼굴에서 미소가 읽혀요. ‘반갑다’ ‘잘 지냈냐’ 같은 의례적 인사 없이도 교감이 이뤄진다는 느낌.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매력 때문이랄까요?”

그렇다고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사는 건 아니다. “일상적인 업무나 안부에는 저도 e메일이나 메신저를 씁니다. 예전에는 수신인이 내 손 편지를 잘 받았을지 조바심이 나서 휴대전화 메신저로 ‘잘 받았냐’고 묻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나중에 만나면 금세 알 수 있으니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수신인의 회신이 없어도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아요.”

그가 생각하는 좋은 편지란 진심을 담아 수신인의 상황을 읽고 쓴 편지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수신인의 장점을 찾는 훈련과 비슷해요. 우선 그와 나의 인연에 대해 생각하고 그가 처한 상황이나 어려움도 고려해야 하지요. 저는 편지를 쓰기 전에 잠시 눈을 감고 편지의 수신인과 마주 보는 상상을 해요. 편지를 쓰는 시간만큼은 수신인 생각만 하려 노력하지요. 들어보니 별것 없죠?”

이 책에서는 어린이들과 후원자들 사이에 오간 편지글도 다수 만날 수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과 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 준 후원자들이 주고받은 편지에서 받았던 감동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었어요. 더 절절하고 애잔한 편지도 많은데 아이들의 신변 노출을 염려해 많이 싣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해요.”

여태 받은 손 편지 중에 가장 소중한 편지가 뭐냐고 물었더니 돌아가신 어머니의 편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타지에서 대학생활을 할 때인데 글자를 읽을 줄만 알지 쓸 줄은 몰랐던 어머니께서 여동생을 시켜 받아쓰게 한 편지였지요. 아들 생일을 못 챙겼다고 미안해하시며 ‘1만 원을 부칠 테니 아껴 쓰거라’ 하셨던 마지막 문장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이 얘기를 하고 있자니 오늘 밤에는 재수하는 아들 녀석에게 편지 한 장 띄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오늘도 편지를 씁니다#권혁철#초록우산 어린이재단#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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