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물속 사라지자 “내 새끼 살려줘” 울부짖다 실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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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애타는 가족들
3층 선체 진입 시도 소식에… 실종자 가족들 “이번엔 제발…”
일부 가족들 대국민 호소문 통해… “구조작업 엉망… 정부가 거짓말”



18일 오후 10시경 잠수요원이 승객들이 많이 탄 세월호 3층 선체에 진입을 시도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희망은 더 간절해졌다. 하루 종일 희망과 절망, 울분과 탄식이 교차한 날이었지만 전남 진도군실내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늦은 시간까지 대형 모니터에 나오는 세월호 수색 상황과 뉴스 하나하나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세월호 침몰 3일째인 18일 아침은 우울했다. 특히 17일 오후 11시부터 18일 오전 1시 사이 60대 남성부터 여학생까지 시신 7구가 집중적으로 발견되자 해당 가족은 물론이고 다른 가족들도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새벽에 시신을 확인한 가족들로부터 “발견된 시신이 숨진 지 얼마 안 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구조 작업을 서둘러 달라는 가족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가족들은 “배 안에 애들이 살아있는 것 아니냐” “빨리 산소 넣어 달라, 지금도 안 늦었다”며 애절하게 고함을 치기도 했다.

답답한 마음에 일부 가족은 오전 8시 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16일 모두 구조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을 보러 도착했지만 실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17일 현장을 방문했을 때 구조 인원은 200명도 안 됐다.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며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의 골을 드러냈다.

공기 주입 시기도 오전 8시 반에서 늦춰져 가족들의 애를 태웠다. 가족들은 속상한 마음에 상황을 설명하던 서해해경 경찰관들에게 물병을 던지고 올라가 멱살을 잡기도 했다. 대부분의 가족은 주저앉아 “내 새끼가 죽어간다는데…당장 산소 넣어, 당장!”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분위기는 오전 11시경 ‘선체 진입에 성공했다’ ‘공기를 넣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박수가 터져 나오는 등 잠시 반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오전 11시 반경 수면 위로 삐죽 나와 있던 세월호의 ‘구상’(배의 아래에 있는 구조물)까지 물속으로 사라지자 배가 아예 가라앉은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절정에 달했다. 한 어머니는 “내 새끼가, 내 새끼가 저 ○○들 때문에 죽었어!”라며 엎어져 울다 실신해 의무병들에게 실려 갔다.

오전에 MBN 뉴스를 통해 방송된 민간 잠수부라고 주장한 홍가혜 씨의 인터뷰도 가족들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홍 씨가 인터뷰에서 “민간 잠수부가 배를 두드렸더니 안에서 애들이 두들겨 대화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부 관계자가 잠수를 못하게 막으며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하자 체육관 전체가 탄식과 울음으로 가득 찼다. 구조 상황을 설명하던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은 무대에 올라온 한 어머니에게 멱살을 잡혀 오른쪽으로 밀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홍 씨의 인터뷰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자 소동은 가라앉았다. MBN은 오후 2시 뉴스특보에 앞서 보도국장이 직접 나서 “실종자 가족, 목숨 걸고 구조 중인 해경, 민간 구조대원에게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하루 종일 체육관에는 울음소리와 고함소리, 정부의 대응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서해청 측에서 간간이 구조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할 때는 어김없이 “언제면 구할 수 있느냐” “제대로 수색하는 것 맞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질의응답 끝엔 늘 눈물이 묻어났다. 오후 10시 반, 구조현장에 가족 대표가 가까이 가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말에 ‘검토하겠다’는 대답이 나오자 한 어머니가 고함을 토해냈다. “내 새끼가 지금 물속에서 죽어가고 있어요! 차가운 물속에 있다고요! 저 아래에!”

진도=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세월호#진도실내체육관#생존자#구조작업#진도여객선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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