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고양이 장난감이 된 외계인 우주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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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까망 씨!/데이비드 위즈너 지음/32쪽·1만1000원·/비룡소

비룡소 제공
비룡소 제공
주인공 고양이 까망 씨는 어쩐지 나른해 보입니다. 주인(고양이 눈에는 좀 더 큰 고양이라는군요!)이 물고기 장난감을 가져와 같이 놀자고 해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제 보니 까망 씨를 위한 장난감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가격표를 떼지도 않은 장난감들이 널려 있습니다. 그런데도 까망 씨는 눈길을 주질 않습니다. 좀 색다른 장난감을 찾는 모양이에요. 까망 씨의 지루한 시간들을 한 방에 날려줄 사건이 생길까요?

어슬렁대던 까망 씨의 눈에 가격표가 없는 회색 장난감이 들어옵니다. 까망 씨는 고양이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몸짓으로 이 장난감을 최대한 탐색합니다. 이 새로운 장난감이 실은 외계인들이 타고 온 우주선이라는 사실을 까망 씨가 알 리 없습니다. 한편, 우주선에 타고 있는 외계인들은 죽을 지경입니다. 까망 씨의 손에서 우주선이 이리저리 아래위로 흔들리고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지구인 집에 사는 생물들과 외계인이 벌이는 사건의 전말이 펼쳐집니다.

누구나 감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힘을 가진 작가 데이비드 위즈너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역시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해낼 수 있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엔 공룡 그림을 벽에다 그렸고, 백과사전 그림처럼 공룡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연습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사실적인 그림에 흠뻑 빠져 미켈란젤로, 다빈치, 뒤러 등 르네상스 화가를 연구했고,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와 달리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무성영화에 심취했던 고교 시절부터는 친구들과 함께 무성영화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대사가 없는 만화를 그리는 데 열중했습니다. ‘구름 공항’ ‘어느 화요일’ ‘자유낙하’ ‘시간 상자’ 등 그가 만들어낸 그림책에 그런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봐요, 까망 씨!’는 볼 때마다 새롭습니다. 독자들은 까망 씨가 되어도 보고, 외계인도 되어 보고, 집 안에 사는 곤충들 입장도 될 수가 있습니다. 글 없이도 풍성한 이야기를 여러 입장에서 재구성해 읽을 수 있어 책 읽는 시간을 더 즐겁게 해줍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데이비드 위즈너#이봐요#까망 씨!#고양이#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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