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유희관, 미국엔 마크 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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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시속 130km대 느린 공 갖고도 완벽한 제구력으로 자국리그서 우뚝

두산 유희관(28)의 느린 공에 삼성 타자들이 속절없이 당했다. 최고 구속 시속 134km의 공이었지만 삼성 타선은 9회 2사까지 3안타를 뽑아낸 게 고작이었다. 유희관은 15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9회초 2사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생애 첫 완봉승을 아쉽게 놓쳤지만 ‘느림의 미학’을 몸소 보여줬다. 포수의 ‘미트질(프레이밍)’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의 제구력 덕분이다. 유희관은 올 시즌 3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하고 있다.

느린 공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 물론 완벽한 제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 야구 칼럼니스트 제프 설리번은 “좋은 투구는 구속, 제구, 무브먼트, 예측불가능성이 혼재해야 한다. 구속이 뛰어나면 나머지는 조금 약해도 되지만 구속이 떨어지면 세 가지가 뛰어나야 한다. 토론토 마크 벌리(35)는 나머지 세 가지만 가지고 자신의 커리어를 만든 투수다”라고 했다.

벌리는 유희관과 같은 왼손 투수로 최고 구속은 130km대 후반이다. 하지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꾸준함의 대명사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200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벌리는 2001시즌부터 13년 연속 한 시즌 200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화이트삭스 시절인 2009년 7월 24일에는 탬파베이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역대 18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해 화이트삭스 팬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부터 토론토에서 활약 중인 벌리는 올 시즌 3경기에 선발 등판해 전승을 거뒀다. 평균자책점도 0.86에 불과하다. ‘느림의 미학’, 시작이 좋다. 유희관도 벌리처럼 느리지만 꾸준하게 멀리 가는 투수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두산#유희관#토론토#마크 벌리#구속#제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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