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호스-커튼 뜯어 ‘구명줄’로… 학생 20여명 구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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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탈출 도운 승객 김홍경씨… “더 많은 사람 못구해 안타깝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가슴이 아파요.”

세월호 탑승객 김홍경 씨(58)는 세월호가 침몰하기 직전까지 긴박했던 30여 분 동안 탑승객 20여 명을 구한 뒤 마지막으로 탈출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과 선체 안의 소방호스에 커튼을 뜯어 묶어 1층 선실에 있던 학생 20여 명을 높이 6∼7m가량의 위층 난간으로 끌어올려 구조를 도왔다.

김 씨는 이날 제주도 한 회사의 건축 배관설비사로 취업이 돼 첫 출근을 위해 세월호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그는 “여객선 2층에 탔는데 오전 8시 40분경 배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얼마 안 돼 선체가 직각으로 기울어지며 학생들이 중심을 잃고 사방으로 쓰러졌다. 그러곤 선실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당시 현장 상황을 전했다.

김 씨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살려 달라”는 아우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 2층으로 승객들을 끌어올리면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해 “학생들을 먼저 살리자”고 외쳤다. 주변에 있던 젊은 사람들 몇 명이 힘을 모아 커튼을 뜯고 소방호스를 이어 길이 약 10m의 구명줄을 만들었다. 이를 아래로 내려 보내 학생 20여 명을 차례로 끌어올려 구조했다.

그렇게 30여 분이 흐른 뒤 바닷물은 1층 선실에 가득 찼다. 배는 직각으로 기울어 선체 후미는 이미 물에 잠긴 채 선수(배 앞쪽 부분)만 수면 위에 남았다. 김 씨는 물에 휩쓸리는 상황에서도 후미 쪽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학생 한 명을 더 구한 뒤에야 자신도 선수 쪽으로 이동해 어선으로 간신히 탈출했다.

김 씨는 대피방송이 늦어 희생자가 늘어난 것을 아쉬워했다. 조금만 빨리 탈출하라고 알렸더라면 더 많이 구조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배가 기울 때 ‘위험하니 현 위치에 있어라’ ‘구명조끼를 입고 기다려라’는 방송을 10여 차례 들었다. 학생들이 그 방송을 듣고 선실에 남아 있는 바람에 구명조끼를 입고 배 바깥으로 나올 기회를 놓쳤다. 그 아까운 학생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소방호스#구명줄#김홍경#진도여객선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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