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김경희, 숙청? 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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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첫 방송 김정은 찬양 기록영화에 등장… 최근 방송서 없는 장면으로 대체

지난해 12월 13일 처음 방송된 김정은의 업적을 찬양하는 기록영화에는 김경희가 등장한 장면이 나온다(왼쪽 사진). 올해 1월 재방송 때도 이 장면은 그대로 있었다. 그러나 2월과 4월 재방송에서는 김경희가 없는 다른 장면으로 바뀌었다(오른쪽 사진). 이 영화에서 김경희가 등장하지 않는 다른 장면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지난해 12월 13일 처음 방송된 김정은의 업적을 찬양하는 기록영화에는 김경희가 등장한 장면이 나온다(왼쪽 사진). 올해 1월 재방송 때도 이 장면은 그대로 있었다. 그러나 2월과 4월 재방송에서는 김경희가 없는 다른 장면으로 바뀌었다(오른쪽 사진). 이 영화에서 김경희가 등장하지 않는 다른 장면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기록영화에서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가 2월경부터 사라진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김경희가 나오는 장면이 ‘김경희가 없는 다른 장면’으로 대체된 것이다. 김경희는 김정일의 여동생이고 지난해 12월 전격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13일 처음 방송된 김정은 업적 찬양용 기록영화에는 김경희가 등장한 장면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과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방송된 같은 영화의 재방송에는 김경희가 없는 다른 장면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 기록영화는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건설 과정과 관련한 김정은의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방송에서는 ‘김정일 사망 1주기를 맞아 2012년 12월 17일 금수산태양궁전에서 김정은과 상복을 입은 이설주, 김경희가 참배를 위해 함께 걸어가는 장면’이 방영됐다. 하지만 올해 2월과 4월 방송에서는 김정은과 이설주의 모습만 보이는 2013년 12월 17일의 참배 장면으로 바뀌었다. 이 참배에는 김경희가 불참했다. 이 기록영화는 참배 과정을 약 2분간 보여주는데, 김경희가 등장하지 않는 다른 장면은 그대로 놔두고 김경희가 나오는 장면만 바꿨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이 기록영화의 재방송에 김경희의 모습이 그대로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김경희가 기록영화에서 사라진 것은 8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김경희가 당 비서에서 물러나는 등 모든 현직에서 완전히 물러났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처형된 장성택이나 2012년 숙청된 이영호 전 군 총참모장의 사례에서 보듯 북한의 주요 인물이 기록영화에서 사라지는 것은 보통 숙청이나 처형을 당했을 때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김경희가 김정은의 세습통치를 정당화하는 이른바 ‘백두혈통’인 만큼 숙청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김경희가 앞으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수 있다”며 “김경희가 나오면 주민들 사이에 장성택이 다시 거론될 수 있으니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는 지난해 12월 이후 북한의 공식 보도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차 대의원 선거에서도 김경희가 대의원에 재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이달 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경희가 관여해 오던 내각 경공업성의 수장인 경공업상 인선 결과만 유독 발표하지 않았다. 이 역시 김경희의 퇴장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김경희#숙청#김정은#찬양기록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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