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치연합 ‘공천 기득권’ 고수하려면 ‘새 정치’ 간판 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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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 파문에 이어 이번엔 ‘개혁 공천’을 놓고 분란에 휩싸였다. 15일 의원총회에서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 공천 과정에 국회의원이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 안철수 김한길 지도부의 방침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국회의원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 “사실상 제왕적 총재로의 퇴행”이라고 반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도부가 밝힌 ‘개혁 공천’의 원칙은 중앙당이 경선 후보들을 1차로 걸러내고, 국회의원이 공천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못하게 하며, 현역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공천 심사에 지난 4년간의 활동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공천의 폐해가 심했던 과거를 되돌아본다면 이런 원칙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가 개혁 공천이라는 명분 아래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을 배제하고, 그 대신에 안 대표 측 인사들을 배려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친노가 다수인 국회의원의 공천 개입을 제한하고, 역시 친노가 다수인 기초단체 현역의 공천 심사를 엄격하게 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전혀 근거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1차 경선 후보 배제 기준에 ‘새 정치의 가치와 민주적 절차에 대한 가치에 현저하게 어긋나는 행위를 한 자’라는 모호한 잣대가 포함돼 있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의원들의 반발 자체에도 공천권 행사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역구 의원들이 자신의 지지 기반을 다지기 위해 기초선거 경선 후보들을 줄 세우거나 심복을 후보로 밀고, 심지어 공천을 미끼로 돈까지 챙기는 등 물의를 일으킨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이번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당 지도부와 의원들 사이의 힘겨루기로 비친다. 새정치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을 포기하면서 개혁 공천을 다짐하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모범적인 공천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차라리 ‘새 정치’라는 당 간판을 떼는 편이 낫다.
#새정치민주연합#개혁 공천#안철수#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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