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007가방엔 어떤 아이디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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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CJ오쇼핑 ‘글로벌 상품 소싱 상담회’ 현장

“이것 보세요. 털이 바로 사라졌죠?”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4층 전시장. 상담석에 앉은 한 남성이 소매를 걷고 팔에 크림을 발랐다. 자신의 회사에서 개발한 제모제의 효과를 알리기 위해 직접 ‘실험 대상’이 된 것이다. 5분도 안 돼 크림을 닦아내자 그 자리에 있던 체모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 옆에 있던 제품 개발회사 리우앤컴의 윤성용 사장(48)은 “털이 많은 인도 사람들을 겨냥한 맞춤형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인도에서 온 바이어들은 “한번 팔아보고 싶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신감을 얻은 윤 사장은 곱슬머리를 펴주는 젤(Gel) 제품 등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들을 가방에서 더 꺼내 보였다.

○ “해외 7개국 바이어 만난 효과”

리우앤컴과 인도 바이어들을 만날 수 있게 한 행사는 한국무역협회와 CJ오쇼핑이 마련한 ‘글로벌 상품 소싱 상담회’다. 이 상담회는 해외에 진출하고 싶지만 현지 시장과 판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을 위해 기획됐다.

장호근 한국무역협회 해외마케팅지원본부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주력 상품 중에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이 많다”며 “관련 상품을 국내외에서 판매해 본 경험이 많은 TV홈쇼핑 회사를 파트너로 정했다”고 말했다. 행사 파트너인 CJ오쇼핑은 인도를 비롯해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베트남 터키 등 7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15, 16일)과 부산(17일)에서 열리는 글로벌 상품 소싱 상담회에는 80여 개 중소기업이 참여했다.

10년 전 회사를 설립한 윤 사장은 헤나를 이용한 샴푸형 염색제를 내놓아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해외 시장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난징(南京))의 바이어를 만나러 하루 종일 기차를 타고 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대만에서는 바이어와의 미팅이 채 5분도 안 돼 끝난 적도 있다. 윤 사장은 “해외 7개국 바이어들이 모여 있는 상담회는 7개국을 돈을 들이지 않고 순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성황이었다. 해외 바이어들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주방용품과 생활가전, 화장품, 침구류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에 고무된 중소기업 임직원들은 너도나도 제품으로 가득한 가방을 열어보였다.

○ “모방제품 피해 해외시장 개척”

행사장에는 천연 각질제거제를 갖고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윤기흥 씨(56)도 있었다. 전직 공무원인 그는 아토피에 걸린 딸의 치료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8년 동안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윤 씨는 “마케팅 비용이 부족한 중소업체에는 홍보와 판매가 함께 이뤄지는 TV홈쇼핑 채널을 통한 해외 진출이 큰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참가회사들의 행사 참여 이유는 이 밖에도 다양했다. 마스카라 제품을 들고 상담회를 찾은 제이앤와이의 김형준 이사(48)는 “국내 시장에서는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유명 기업 제품보다 떨어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윤성용 사장은 “보통 TV홈쇼핑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제품이 나오면 유사제품이 쏟아진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제품을 만들거나 해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와 CJ오쇼핑은 글로벌 상품 소싱 상담회를 정례화할 것을 검토 중이다.

김윤구 CJ오쇼핑 글로벌사업본부 부사장은 “락앤락 같은 성공 중소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 등을 제품 개발에 적용해야 한다”며 “우리가 쌓아온 관련 노하우를 국내 중소기업과 나누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해외시장#중소기업#글로벌 상품#소싱 상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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