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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여배우 장쯔이 닮았다고요? 과분하지만 기분은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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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여배우 장쯔이 닮았다고요? 과분하지만 기분은 좋네요”

동아일보입력 2014-04-15 03:00수정 2014-04-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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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영화 ‘한공주’ 주인공 맡은 천우희
‘한공주’의 주인공인 천우희는 콧잔등에 주름이 지도록 해맑게 웃는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서 공주의 불행은 도망치듯 전학 간 학교에서도 이어진다(오른쪽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무비꼴라주 제공
기억할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천우희(27)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년)에서 진구의 여자친구로 단역이었다. ‘써니’(2011년)에서는 민효린의 얼굴에 칼자국을 남긴 본드에 취한 상미 역으로, 지난달 개봉한 ‘우아한 거짓말’에서는 가해자 학생의 언니 미란 역으로 얼굴을 비쳤다.

하지만 ‘한공주’(17일 개봉)를 보면 천우희란 세 글자를 잊을 수 없다. 그의 연기에 대해 프랑스 여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는 “팬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영화는 개봉도 하기 전에 뜨겁다. 지난해 모로코 마라케시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금별상을, 올 2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1등상인 타이거상을, 3월 도빌 아시아영화제에서 2등상인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영화는 성폭력 피해자 문제를 다룬다. 천우희가 연기하는 여고생 한공주는 담임교사의 어머니(이영란) 집으로 이사한다. 전학 간 학교의 같은 반 학생 은희(정인선)는 노래와 기타 솜씨가 좋은 공주의 인터넷 팬클럽 카페를 만든다. 은희의 호의에도 공주는 카페를 지우라고 말한다. “첫 키스를 언제, 누구와 했느냐”고 묻자 “43명과 한 것도 키스냐?”라고 되묻는 공주.

영화를 연출한 이수진 감독은 “어떤 사건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는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2005년 경남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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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천우희의 외모는 의외였다. 키가 160cm쯤 돼 보이는 아담한 체구에 아이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 해맑은 표정은 ‘센’ 영화의 주인공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외모가 의외라는 분이 많아요. ‘써니’를 보면 세 보인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귀여운 이미지이죠. 저와 분리된 (영화 속) 그 인물로 보이는 게 배우의 매력인 것 같네요.”

영화는 피해자이면서도 숨어 살아야 하는 공주의 내면을 응시한다. 눈물 한 번, 고함 한 번 지르지 않아도 공주의 고통이 객석에 전해진다.

“자기 과시형 연기는 안 될 것 같았어요. 이런 일을 당하면 자기연민과 분노를 느끼겠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는 아닌 척하지 않을까요.”

제작비가 3억 원도 안 되는 저예산영화. 아침은 김밥과 컵라면, 점심은 햄버거, 저녁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며 힘들게 찍었다.

“시나리오를 읽고부터 ‘이건 내 영화’라고 생각해 힘든 줄 모르고 찍었어요. 시사회 끝나고 주변 반응이 좋아서 행복해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한동안 말을 할 수 없는 영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영화예요.”

영화계에서는 그를 두고 ‘차분하면서도 깊은 눈빛을 가진 배우’, ‘끓는 에너지를 내면에서 폭발시킬 줄 아는 배우’라고 평가한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중국 배우 장쯔이(章子怡)를 닮았다. 오랜만에 신인 여배우 하나 건졌다고들 한다.

“과분한 평가지만 기분이 매우 좋죠. 연기자의 길이 쉽지는 않은 것 같은데 힘이 나요. 덤덤하게 들뜨지 않으려고 해요.”

흥행 성적을 예상해 달라고 하자 그는 “규모도 작고, 내가 인지도가 있는 배우도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또박또박 전했다.

“누구에게 분노를 일으키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에요. 내가 무심코 저지른 실수가 다른 사람에게는 큰 상처가 되지 않았는지, 우리 모두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천우희#한공주#성폭력 피해자#2005년 경남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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