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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퀀트들 “방정식이 곧 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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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퀀트들 “방정식이 곧 돈이죠”

동아일보입력 2014-04-11 03:00수정 2014-04-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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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현 이사(왼쪽)와 윤재철 팀장 모두 수학을 전공했다. 현재 금융업계에는 200명 안팎의 퀀트가 파생상품 설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서울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트레이딩룸. 네다섯 대의 모니터 뒤로 커다란 화이트보드가 눈에 띈다. 보드판에는 주가지수나 종목이 아닌 복잡한 ‘수식’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아 이거요? ‘블랙숄스 방정식’이라는 겁니다. 주식시장 변화에 따라 매일 이 방정식과 씨름하는 게 우리 일입니다.”

○ 방정식 세워 수익률 계산

이달 초 만난 파생운용부 차기현 이사가 의아해하는 눈빛을 알아챘는지 이렇게 설명했다. 화이트보드를 가득 채운 수식은 대표적인 파생금융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의 설계도였다.

주가연계증권은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동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보통 이 증권을 사는 고객이 투자하는 돈과 주식 종목, 은행 대출금리가 연결돼 상품이 구성된다.

예를 들어 40원이던 주식 값이 1년 뒤에 2배로 오르면 30원을 돌려주고, 주식 값이 떨어져도 손해를 보지 않는 파생상품을 만들 경우 먼저 이 상품을 고객한테 얼마에 팔 것인지를 정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선 이 상품의 ‘1년 뒤 가치’를 계산해야 하는데, 여기에 ‘블랙숄스 방정식’이 이용된다.

만일 1년 뒤 이 주식 가격이 40원에서 80원으로 2배로 올랐을 경우 이 상품의 ‘1년 뒤 가치(C)’는 80원(S)에서, 현재 시점에서 40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을 경우 1년 뒤 상환해야 하는 원금과 이자를 합친 50원(B)을 뺀 30원, 즉 ‘C=S-B’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설명한 차 이사는 “이렇게만 보면 간단하지만 주식 시장이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운을 뗐다.

증권회사가 ‘1년 뒤 주식 값이 올랐을 때의 상품가치’인 30원을 벌기 위해 은행에서 빌려야 하는 돈과 살 주식의 양을 결정하는 요소로 B와 S 앞에 계수가 붙는데, 매우 복잡한 수식으로 이뤄져 있다.

차 이사는 “이 계수는 1년 뒤의 주식 값을 통계 데이터를 토대로 예측하는 값이기 때문에 증권회사는 매일 주식 시장의 변화에 따라 이 계수를 새로 계산해서 투자 비율을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 수학 전공하고 퀀트로 변신

차 이사처럼 조금 더 수익을 올리기 위해 매일 방정식과 씨름하는 이들을 ‘퀀트’라고 부른다. 퀀트는 ‘계량분석가(Quantitative Analyst)’를 뜻하는 영어의 줄임말이다. 포스텍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이화여대 수학과 연구교수를 지낸 수학자인 차 이사는 1세대 퀀트다.

1세대 퀀트들은 2002년부터 증권사에 입사해 대학에서 이론으로만 배웠던 주가연계증권을 직접 설계하면서 소위 ‘맨땅에 헤딩’을 해야 했다. 컴퓨터 시스템도 없었고 경험도 부족해 밤을 새워 계산에 매달렸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10여 년이 흐른 지금, 주가연계증권은 지난해에만 시장규모가 48조 원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최근 여의도에는 수학과 출신 퀀트가 대거 늘었다. KAIST 수리과학과가 2009∼2013년 졸업생의 진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57%가 금융계로 진출했다.

대학의 수학 교육도 바뀌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대부분 대학의 수학과에서는 학부과정에서부터 금융수학 과목을 개설해 가르치고 있다.

강완모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최근 수학과에서는 직접 파생상품을 설계하는 과정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수학 과목을 가르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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