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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비키니]벚꽃 흩날리는 이 계절에∼ 눈부셨던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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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비키니]벚꽃 흩날리는 이 계절에∼ 눈부셨던 그대여∼

동아일보입력 2014-04-04 03:00수정 2014-04-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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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광화문에는 봄비가 내렸습니다. 이 비로 서둘러 핀 벚꽃이 또 서둘러 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그러나 활짝 만개했다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저물고 마는 게 벚꽃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면모. ‘벚꽃엔딩’을 사람 욕심대로 붙잡아둘 수는 없는 법입니다.

프로야구에도 벚꽃 같은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봄에 새 시즌을 맞이하면 ‘드디어 터졌구나’(기대하는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야구팬들 용어) 싶다가도 여름이 찾아오면 다시 평범해진 선수들입니다. 가을에 더 잘하면 LG 유원상(28)처럼 “전어가 돌아왔다”며 팬들이 반길 텐데 봄에만 잘하면 아쉬움만 남게 마련입니다.

“바람 불면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미스터 에이프릴(Mr. April)’ 대표 주자는 태평양-현대-넥센에서 18년 동안 뛴 이숭용(43·현 KT 코치). ‘현대 왕조’ 시절 주장을 맡아 주로 ‘캡틴’이라고 불리는 이숭용은 ‘봄숭용’이라는 별명도 따로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이숭용은 2007년 4월에 타율 0.418을 기록했습니다. 팀도 선두로 치고 나갔죠. 시즌 최종 성적은? 0.301이었습니다. 2005년에도 5월까지 홈런 13개를 쳐 선두 자리에 올랐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추가한 홈런은 단 한 개였습니다.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지난해에는 이숭용의 등번호(10번)를 물려받은 팀 후배 이성열(30)이 미스터 에이프릴이었습니다. 이성열은 4월 23일까지 홈런 6개로 단독 선두였지만 왼손 투수에게 약점을 드러내 18홈런(8위)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오른손 투수에게 홈런 15개를 때리는 동안 왼손 투수를 상대로는 3개밖에 못 때려낸 탓입니다.

“오 또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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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미스터 에이프릴은 이성열의 데뷔 팀 LG에서 뛴 박준태(47·현 LG 코치)일 겁니다. 박준태는 1993년 4월에 타율(0.417), 출루율(0.509), 장타력(0.708), 최다 안타(20개), 도루(10개) 등 공격 5개 부문에서 1위였습니다. 시즌 중반까지 이름이 비슷한 롯데 박정태(45)와 타격왕 경쟁을 벌였지만 최종 성적은 0.267로 19위였습니다. 광주일고 재학 시절 투수와 포수를 겸업하기도 했던 ‘야구 천재’ 박준태는 만 31세에 은퇴하면서 야구 인생마저 벚꽃처럼 저물었습니다.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4월이 되면 이름이 비슷한 선수와 비슷한 면모를 보인 건 SK 시절 채종범(37·현 KT 코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채종범은 데뷔 2년 차였던 2001년 4월 0.427, 3홈런, 10타점으로 이종범(44·현 한화 코치) 부럽지 않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최종 성적은 0.255였죠. 그래도 이 해 8월 1일 문학 경기에서 2루타와 홈런을 터뜨리며 SK 팬들로 하여금 더욱 크게 ‘종범! 종범!’을 연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경기는 일본에 진출했던 이종범의 국내 복귀 후 첫 게임이었습니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이렇게 야구 기록은 누군가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때를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차가운 숫자가 아니라 뜨겁게 살아 숨쉬는 이야기로 말입니다. 그 덕에 야구는 아버지와 아들이 숫자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분야이기도 합니다.

물론 야구 기록이 필드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보여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주 많은 속살을 보여줍니다. 비키니 수영복처럼 말입니다(메이저리그 감독을 지낸 토비 하라의 말). 그래서 벚꽃 지는 이 계절에 서둘러 여러분께 ‘베이스볼 비키니’를 선보입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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