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안부 책임 발뺌… 朴대통령 출국 날 찬물 끼얹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한미일 정상회담 성과 회의론 증폭… 외교부 “매우 유감… 용인할 수 없어”
日, 오바마 순방뒤 ‘역사도발’ 예고

朴대통령 네덜란드 도착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한국 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에 도착해 안내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곧바로 차량을 이용해 헤이그로 이동했다. 박 대통령은 24일부터 이틀간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한중 양자,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암스테르담=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朴대통령 네덜란드 도착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한국 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에 도착해 안내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곧바로 차량을 이용해 헤이그로 이동했다. 박 대통령은 24일부터 이틀간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한중 양자,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암스테르담=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렵게 성사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보다 그 결과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중진 정치인의 무책임한 발언 때문이다. 이에 한국 정부 내에서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한일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되기보다 ‘긁어 부스럼’의 역효과만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외교부는 23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중의원이 고노 담화에 대해 “검증 결과, 사실과 다른 내용이 나오면 새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당국 차원의 해명을 요구했다. 외교부가 일본 정치인의 발언에 당국이 ‘행동’을 보이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은 하기우다 의원의 발언이 이번 3국 정상회담 개최의 토대를 흔드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새 담화를 발표하면 고노 담화는 사실상 사문(死文)이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아베 신조 총리의 (14일) 고노 담화 계승 입장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환영하는 모양새를 보였던 의미도 퇴색시켜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및 독일 순방을 위해 23일 출국한 박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일본 과거사 문제에 어떤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

일본은 당국자까지 나서 위안부 책임을 발뺌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22일 보도된 요미우리신문에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법적 책임을 인정한다거나 위안부 개인에게 정부 자금을 직접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강제동원 인정과 정부 차원의 사죄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이에 대한 일본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가 열리더라도 진전을 이룰 수 없다. 그런데도 다른 외무성 관계자는 “(한일 국장급 회담 추진은) 정상회담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한국이 정상회담과 연결해 21일 발표한) 의도를 모르겠다”며 오히려 불쾌감을 표시했다.

또 일본에서는 이번 3국 정상회담에 한국이 응한 것을 평가하기보다 자신들의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는 기류도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이 이뤄지는 4월 중순까지만 숨 죽였다가 다시 역사 도발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일본#위안부#박근혜 대통령#한미일 정상회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