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南冷北溫’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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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시장 한랭전선… 강북은 전세부담에 집구입 열기

무주택 맞벌이 직장인인 성모 씨(45·서울 강서구 화곡동)는 전세기간이 끝나는 6월에 생애 최초로 집을 사기로 결심했다. 성 씨는 “빚을 내면서까지 집을 꼭 사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결혼 이후 12년간 전세를 고집했다”며 “최근 전세금이 너무 올라 은행 빚을 조금만 내면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이제는 사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반면 올 들어 뜨겁게 달아올랐던 강남 재건축시장은 갑작스러운 한파가 찾아왔다. 정부가 전·월세 수입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하면서부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1000만 원 이상 올리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 부동산시장이 강남·북 간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투자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시장은 냉기가 도는 반면 실수요가 많은 강북 일대에선 매매 및 분양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 실수요 위주 강북은 ‘훈훈’

강북 매매시장은 연초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지역 전세금이 3.3m²당 평균 1000만 원을 돌파하는 등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매매로 전환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값이 싼 지역의 매매가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지난주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0.13% 올랐다. 노원구 그랑빌 아파트는 한 주만에 매매가가 최대 2500만 원 상승하기도 했다. 금천구와 강북구 아파트 가격도 각각 0.10%, 0.07% 상승했다.

실수요자들이 몰려드는 수도권 및 지방의 분양시장 본보기집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21일 문을 연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경남아너스빌’ 본보기집에는 3일 동안 2만여 명이 몰렸다. 정재익 분양소장은 “내 집이 필요한 신혼부부와 서울에서 몰려온 세입자들의 관심이 크다”며 “정부가 내놓은 금융지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서울 성북구 ‘돈암 코오롱 하늘채’, 강원 강릉시 ‘유천지구 우미 린’, 전남 나주시 광주전남혁신도시 ‘중흥-S클래스 센트럴’ 본보기집에도 최근 3일 동안 1만3000∼2만 명이 몰렸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일부 투자수요를 위축시킨 면이 있지만 소형 면적 실수요자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재건축 10주 만에 하락세

강남구 대치동 선경·미도아파트는 이달 5일 강남구청의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14일에는 우성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 ‘대치동 빅3’로 불리는 아파트들의 ‘재건축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하지만 일대 부동산시장 반응은 무덤덤하다.

20일 오후 선경아파트 앞 종합상가에 밀집된 공인중개업소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매수 문의가 거의 없어 바쁘지 않다”며 “주민들도 ‘재건축은 이주가 진행돼야 비로소 시작’이라는 점을 알고 있어 크게 들떠있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단지 매매가는 0.09% 하락했다. 1월 둘째 주 이후 10주 만에 상승세가 꺾인 것. 2월 한때 한 주에 1.63%의 상승폭을 보였던 강남구 재건축단지 매매가는 지난주 0.18% 하락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인근의 Y공인중개업소 직원은 “거래에 나서려던 실수요자들도 매도자가 갑자기 호가를 높이면서 아예 문의 자체를 안 한다”며 “이 정도면 거래절벽 현상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초 재건축 상승세를 이끌었던 개포주공단지의 호가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곳 전용 42m²는 한때 7억 원을 넘어섰지만 현재는 6억 원 선으로 후퇴한 상태다.

최성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가격 상승을 확신하지 못하는 수요자들은 작은 악재에도 위축되곤 하는데 임대시장 과세라는 정책적 변수가 재건축시장 위축에 일조했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강남 재건축#강북 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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