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당연한 ‘연아 청룡장’ 나경원은 안된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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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스포츠부 차장
이승건·스포츠부 차장
나경원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은 최근 유명세(有名稅·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탓에 당하는 불편이나 곤욕)를 톡톡히 치렀다.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올해부터 체육훈장 수여 기준을 강화해 김연아도 청룡장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물론 이 의원은 나 위원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참석했던 기자들의 기사에도 나 위원은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이튿날 한 인터넷 매체가 나 위원의 청룡장 수상을 거론하며 ‘김연아가 못 받는 것을 나경원은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여러 매체가 앞다퉈 이 내용을 다뤘다. “나경원이 한 게 뭐 있냐” “나경원은 그럼 체육영웅?”이라는 댓글을 제목으로 내건 곳도 많았다.

세계적인 석학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 “우리 5000년 역사에 이렇게 압도적으로 세계를 이겨본 적이 없다. 그래서 존경스럽다”는 찬사까지 보낸 김연아가 지금까지 346명이나 받은 청룡장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누리꾼이 분개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나 위원이 비난받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나 위원은 ‘2013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 유공자로 지난해 11월 청룡장을 받았다. 스페셜올림픽은 미국 존 F 케네디의 여동생이자 사회사업가였던 고 유니스 슈라이버 여사의 주도로 탄생한 지적장애인들의 최대 축제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이벤트였다. 유치 때부터 적극적으로 나섰던 나 위원은 조직위원장을 맡아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 관계자들은 “역대 최고 대회”라며 감탄했고 국내 장애인체육 관계자들은 “나경원이 아니면 불가능했던 대회”라고 인정했다.

선수가 아닌 체육행정가로서 청룡장을 받은 이들은 이전에도 많았다. 다만, 일부 언론이 그들의 대표(?)로 나 위원을 등장시킨 것은 그가 유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클릭 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터넷 매체가 ‘선과 악’의 구도로 만든 기사가 관심을 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 사기 진작과 국위를 선양하였다고 특별히 인정하는 종목 등에는 가산점을 부여해 훈격 조정이 가능하다’는 특례 조항을 적용해 김연아의 청룡장 수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전 국민을 행복하게 했던 김연아는 받을 자격이 충분하니까. ‘장애인체육인’ 나 위원도 받을 자격이 있다. 평창 스페셜올림픽을 통해 꿈과 희망을 가진 이 땅의 모든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이승건·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나경원#이에리사#김연아#청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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