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과학기술… 요즘 미술계 대세도 ‘융복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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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스트럭처 & 플루이드’전과 ‘버터플라이즈 2014’전

《 ‘오큘러스 리프트’란 3차원(3D) 게임을 위해 개발된 장치다. 특수 고글처럼 생긴 장치를 착용하면 마치 입체 영상 속으로 들어간 듯 가상현실이 펼쳐진다.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토미술관에서 열리는 작가 정연두 씨의 개인전에는 이 장치를 써야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아트사이드 갤러리의 ‘융합! 미술과 테크놀로지를 만나다’전 중 전병삼 씨의 신작은 예술적 상상력과 공학 기술을 결합한 작품이다. 작은 원형 판이 빼곡히 배열된 플립닷(Flipdot) 디스플레이 장치 앞에서 관객이 움직이면 촤르르 촤르르 소리와 함께 원형 판이 회전하며 이미지를 그려낸다. 》      
       

예술과 과학의 융합 프로젝트로 기획된 ‘다이내믹 스트럭처 & 플루이드’전에선 ‘플라톤의 입체’를 재해석한 전상언 씨의 ‘플라토닉 괘’를 포함해 7개 팀이 수리과학, 유체역학 등과 접목한 신작을 선보였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예술과 과학의 융합 프로젝트로 기획된 ‘다이내믹 스트럭처 & 플루이드’전에선 ‘플라톤의 입체’를 재해석한 전상언 씨의 ‘플라토닉 괘’를 포함해 7개 팀이 수리과학, 유체역학 등과 접목한 신작을 선보였다. 아르코미술관 제공
요즘 미술계도 융·복합이 대세다. 시각예술과 이질적 분야를 접목해 새로운 표현방식을 찾으려는 실험이 다양한 곳에서 눈에 띈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의 ‘다이내믹 스트럭처 & 플루이드’전과 서울 종로 아트센터 나비(SK빌딩 4층)의 ‘버터플라이즈 2014’전은 융·복합을 화두로 내세운 기획전으로 주목된다. ‘다이내믹…’전에선 예술과 과학이론이 만난다. 김경미 뉴미디어아트연구회 대표와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사)가 참여했다. 7개 팀의 신작과 워크숍(주말), 콘퍼런스(4월 4일)가 삼위일체를 이룬 행사다. 5월 9일까지. 무료. 02-760-4611

‘버터플라이즈 2014’전은 이론 대신 초소형 프로젝터, 3D 프린터 같은 산업 제품을 미디어 아트, 디자인과 버무린 자리다. 6월 5일까지. 무료. 02-2121-1031

최종 결과물보다 예술가들이 과학과 통하고 기술과 손잡기까지, 그 진행 과정에 방점을 둔 전시들이다. 작품 설명에 등장한 전문용어는 낯설지만 오늘날 시각예술이 지향하는 방향에 대한 실마리를 얻는 데 도움을 준다.

○ 과학에서 미술로

피보나치의 수열은 3, 5, 8, 13처럼 앞에 자리한 두 수의 합이 바로 뒤의 수가 되는 것(3+5=8, 5+8=13)을 가리킨다. 12세기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처음 소개했는데 꽃잎의 수, 해바라기 씨앗의 개수 등 자연계 생물에도 똑같은 수학적 패턴이 숨어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영희 씨는 이 개념을 적용해 설치작품을 완성했다. 솔방울 비늘이 습도에 따라 열고 닫히듯 관객이 마이크 앞에서 입김을 불면 센서가 작동해 작품 속 인공 비늘이 열리고 닫힌다.

‘다이내믹…’전의 경우 수리과학 물리 분야 과학자들과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학제적 협업으로 완성된 설치작품과 사운드 아트를 보여준다. 들로네의 삼각분할을 삼차원으로 끌어낸 입체작품(박미예),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적용한 사운드 쌍방형 설치작품(이강성 고병량) 초끈이론을 적용한 ‘숨겨진 공간’(이상민) 등. 기획에 참여한 홍성욱 교수는 “예술과 과학의 만남으로 ‘제3의 문화’가 탄생할 수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사람들은 우주를 3차원으로 느끼지만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중심도 끝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머릿속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예술가의 상상력이 채울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다.”

○ 기술에서 미술로

‘버터플라이즈 2014’전에서 박현우 씨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작품을 내놨다. 아트센터 나비 제공
‘버터플라이즈 2014’전에서 박현우 씨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작품을 내놨다. 아트센터 나비 제공
‘버터플라이즈 2014’전은 오감 체험을 제안한다. 큐레이터 김시우 씨는 “미디어 아트에는 많은 자본과 자료가 들어간다. 미술관에서 제작비, 장소, 장비를 제공하고 그 협업의 결과물을 선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엔지니어 겸 작가 박현우 씨는 직접 제작한 3D 프린터로 디자인에서 생산까지 1인 체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이버 ‘지식iN’을 개발한 전문 프로그래머 출신 김태윤 씨는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 반응하는 조명작업을, 음악을 전공한 정자영 씨는 태블릿PC와 가야금 연주가 결합한 미디어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였다. 감상의 대상이 아닌 소통의 대상으로 관객에게 다가서는 작품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과학#기술#버터플라이즈 2014#다이내믹 스트럭처 & 플루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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