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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장난 많은 여고생, 빙판에선 눈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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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장난 많은 여고생, 빙판에선 눈표범

동아일보입력 2014-02-20 03:00수정 2014-02-2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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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쇼트트랙 계주 우승 이끈 심석희
18일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우승을 이끈 심석희(17·세화여고)는 두 얼굴을 가진 선수다.

빙판 밖의 심석희는 수줍음 많은 평범한 여고생이다. 초록색을 좋아해 그가 사용하는 스케이트, 이어폰, 안경에는 모두 초록색이 들어가 있다. 휴식일에는 함께 운동하는 동생들을 데리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다닌다. 서울 목동 빙상장 2층의 떡볶이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군것질거리 중 하나다. 올림픽이 끝난 뒤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사서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다.

그런 심석희가 빙판에만 서면 달라진다. 3000m 계주에서도 그랬다. 마지막 주자로 나서 이를 악물고 상대 선수를 추월할 때의 모습에서는 소녀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었다. 냉철한 승부사만 있었다.

○ 타고난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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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명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심석희에 대해 ‘타고난 선수’라고 평가한다. 어린 시절부터 또래에 비해 훨씬 키가 컸던 그는 긴 다리를 잘 활용해 주니어 무대를 휩쓸었다. 시니어 데뷔 무대였던 2012∼2013시즌 월드컵 대회에서는 6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전 열린 2013∼2014시즌 4차례의 월드컵에서도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개 키가 큰 선수들은 순발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덩치 큰 유럽 선수들이 쇼트트랙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다. 소치 올림픽 공식 프로필에 심석희의 키는 174cm로 되어 있는데 지난해 자료다. 현재 그의 키는 177cm까지 자랐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수준급의 순발력을 지니고 있다. 윤 감독은 “순발력이 큰 키를 이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석희는 순발력뿐 아니라 지구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야말로 쇼트트랙 선수로서는 타고난 몸이다”라고 했다.

○ 노력하는 천재

“우리 예쁘죠?”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공상정(18·유봉여고·왼쪽)과 심석희(17·세화여고)가 선수촌에 있는 기념 촬영 부스에서 금색 가발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 출처 IOC 홈페이지
심석희가 자칫 핸디캡이 될 수 있는 큰 키를 극복하고 있는 것은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훈련은 대표팀 내에서도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가장 노력하는 선수 중 한 명인 심석희는 그냥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아서 채우는 스타일이다. 심석희는 팀 훈련이 끝난 뒤에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혼자 남아 얼음을 지치곤 했다.

선수들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 호랑이로 악명 높은 최광복 대표팀 코치는 “누군들 훈련이 괴롭지 않겠나. 그런데 석희는 스스로 고통을 감내한다. 부족한 게 있으면 될 때까지 훈련한다. 천재성을 타고난 선수가 성실함까지 갖췄기에 그를 당해낼 선수가 없다”고 했다. 남들이 다 인정해도 그는 스스로를 “여전히 많이 부족한 선수”라고 평가한다. 경기 운영 능력, 단거리 능력, 순발력 보완 등 그는 스스로를 여전히 채찍질한다.

○ “Never give up”

대개 순발력이 좋은 선수는 500m를 잘 탄다. 이번 올림픽 여자 500m 동메달리스트 박승희(22·화성시청)가 대표적이다. 지구력이 뛰어난 김아랑(19·전주제일고) 같은 선수는 1500m가 주 종목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인 1000m는 순발력과 지구력을 고루 요하는 종목이다. 두 가지를 고루 갖춘 심석희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쇼트트랙은 기록경기가 아니라 순위 경기이긴 하지만 세계 기록을 집계한다. 이 종목 세계 기록은 2012년 10월 22일 심석희가 세운 1분26초661이다. 21일 열리는 여자 1000m에 출전하는 심석희에게 또 하나의 낭보를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올림픽에서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심석희의 좌우명이 빛을 발할 때다. “N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마).”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춘천 가족 중에 저만 ‘한국인’입니다” ▼
귀화인 첫 金, 화교 3세 쇼트트랙 공상정 “대만 대표 제의 거절… 평창서도 애국가”


18일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결선이 끝난 뒤 한동안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단어는 ‘공상정’이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공상정(18·유봉여고·사진)은 여자 3000m 준결선에서 3번 주자로 나서 한국의 결선 진출에 힘을 보탰다. 공상정은 대만 출신 화교 3세다. 최근 러시아로 귀화해 금메달을 목에 건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와 반대로 한국에 귀화해 금메달을 땄다. 그는 최초의 귀화 한국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전까지는 탁구의 당예서(33)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따낸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공상정은 2011년 체육 우수 인재에 대한 복수 국적 취득의 길을 열어준 개정 국적법에 따라 특별 귀화했다.

공상정은 다섯 살 때 “너는 대만 사람이다”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아버지에게 ‘내가 왜 대만 사람이냐. 난 한국 사람이다’라며 따진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에 사는 공상정의 어머니 진신리 씨(47)는 딸이 태어나 첫 말문을 열었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진 씨는 “언니와 동생은 모두 태어나 처음 말한 것이 중국어였다. 하지만 상정이는 한국어로 처음 말문을 열었다.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때도 한국 음식이 없으면 끼니도 거를 정도다. 가족 중 국적이 한국인 사람도 공상정이 유일하다. 언니와 동생, 부모님 모두 대만 국적이다. 진 씨는 “해외여행 때 출입국 수속을 가족과 떨어져서 공상정 혼자 받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라며 웃었다.

공상정이 귀화를 결심한 것은 2010년 첫 태극마크를 달고부터다. 주니어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국적 문제로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출전을 포기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공상정은 “어차피 대표를 달아도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애꿎은 다른 선수만 떨어졌다고 욕하는 분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당시 대만빙상경기연맹은 공상정을 찾아와 국가대표를 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상정은 한국 대표로 뛰고 싶은 마음에 제의를 거절했다. 귀화를 결심한 뒤에도 가족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진 씨는 “가족 중 누구도 한국으로 귀화하지 않았는데 혼자만 한다고 해 처음에는 반대했다. 하지만 상정이의 한국 국가대표에 대한 꿈을 꺾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공상정은 태극마크를 달고 다시 올림픽에 나가는 게 목표다. 진 씨는 “상정이가 이제 정말 한국인으로 고국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도 나가 애국가를 다시 한 번 듣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소치 겨울올림픽#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심석희#공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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