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봉규]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해야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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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규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이봉규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우스갯소리로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말이 있는데 최근 휴대전화 보조금이 많은 사람들을 배 아프게 하고 나아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판매점에서 휴대전화를 살 때 깎아주는 금액과 현금 지급액 전체를 뜻하는 휴대전화 보조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문제가 된다.

첫째, 동일한 전화기를 살 때도 구입 장소와 시간에 따라 20만∼70만 원에 이르는 보조금이 차별적으로 지급되고 이에 편승한 다양한 보조금 사기 사건들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언론 보도에는 정부의 엄중한 경고와 1000억 원 이상의 최대 과징금 징수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들의 배짱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는데 자신만 보조금을 제대로 못 받았다고 생각하면 더욱 배가 아프게 된다. 국내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은 2009년부터 매출액 대비 27%를 상회하고 있다.

둘째, 보조금은 고가 단말기 구매와 이와 연계된 고가 요금제 위주로 지급되기 때문에 단말기의 잦은 교체를 유도하고 가계통신비 부담을 증가시킨다. 우리나라 단말기 교체 주기는 약 16개월에 불과하다. 2013년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단말기 교체율은 67.8%로 2위인 칠레(55.5%)나 3위인 미국(55.2%)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한 SA나 가트너 자료(2013년 3월)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휴대전화 평균 공급가격도 415달러로 전 세계 평균인 166달러보다 2.5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보조금으로 인해 이동통신 서비스 및 단말기 시장의 경쟁 구조가 왜곡된다. 제품의 품질보다는 자금력이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게 돼 중저가 제품을 가진 후발 제조사나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경쟁시장 형성을 저해한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도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과 단말기 유통시장이 구분되지 않아서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저가 요금상품을 선택하기 어려웠다. 유럽에선 한국과 달리 휴대전화의 40∼50%가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유통된다.

왜곡된 단말기 보조금과 유통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첫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단말기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지 못하게 하고 보조금 공시를 통해 가격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2013년도에 국회 미래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된 200여 건의 법안 중 실질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률이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제정) 1건에 불과하다는 점이 우려스러울 뿐이다.

둘째, 정부도 단말기 유통구조를 투명화해 소비자가 단말기 가격 인하와 요금 인하 등의 혜택을 받고, 피해는 최소화하는 다양한 정책을 입안해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최근 우정사업본부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하는 알뜰폰 판매 등은 기관장의 지대한 관심과 구성원들의 노력에 따라 나타난 대표적인 우수사례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국내 단말기 제조사나 이동통신사업자도 국내 소비자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해서는 안 된다. 아이폰뿐만 아니라 조만간 레노버의 모토로라 제품이나 구글폰 등이 다양한 국내외 유통 체계를 통해 판매되면 소비자에게 더이상의 희생을 강요할 수도, 소비자들의 애국심에 호소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봉규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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