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대자보세대, SNS를 ‘우리들의 고민’ 토로하는 대자보로 활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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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대자보 세대]한국의 세대론

한국 사회에서 인구학적으로 뚜렷한 실체가 있는 세대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뿐이다. 인구학자인 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학에서 베이비붐이란 용어는 출산율이 급증할 때 적용한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출생아 숫자의 급증이 아니라 임신 가능한 여성 한 명당 출생아 숫자가 현저히 늘어난 경우에 한정된다.

한국의 출산율은 1950년 5.4명에서 1955년 6.33명으로 반짝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1962년 산아제한정책 도입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1970년 4.53명, 1980년 2.83명, 1990년 1.59명, 2000년 1.47명, 2010년 1.24명이었다.

그 유일한 예외가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베이비붐세대이다. 현재 한국 50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베이비붐세대는 9년에 걸쳐 한 해 69만∼86만 명이 태어나 2010년 인구센서스에서 695만 명으로 조사됐다. 전체 인구의 14.6%다.

한국의 인구 그래프상 유의미한 세대를 추가하자면 ‘70년 개띠’로 대표되는 X세대(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와 ‘82년 개띠’로 대표되는 에코세대(1979∼1985년생)가 있다. 그 이전 세대인 386세대는 정치사회적 파급력을 지녔을지 몰라도 인구학적 차별성을 띠지는 못한다. 경제성장기에 태어나 현재 한국 40대의 주축이 된 X세대는 2010년 인구센서스 조사에서 596만 명(12.4%)으로 베이비붐 세대보다 인구는 약간 적다. 하지만 7년간 한 해 80만∼100만 명이 태어나 인구 밀집도는 훨씬 높다.

현재 30대 초중반인 에코세대는 베이비붐세대가 결혼적령기에 진입한 뒤 낳은 자녀가 많아 베이비붐세대의 메아리(에코)세대로 불린다. 한 해 60만∼80만 명이 태어나 510만 명(10.6%)을 이룬다. 에코세대를 1992년생까지 적용할 경우엔 954만 명으로 가장 많다. 이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를 강타한 취업난에 시달리면서 ‘88만 원 세대’(비정규직 평균급여 119만 원에 20대 평균소득비율 73%를 곱해 산출한 88만 원의 임금을 받는 세대)와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로도 불린다.

이 3개 세대는 미국적 모델을 지닌다. 베이비붐세대는 미국 인구의 30%(7000만 명)를 차지하는 베이비붐세대(1946∼1964년생)에 대응한다. X세대는 미국 X세대(1965∼1978년생)의 이름을 따왔다. 에코세대는 미국 베이비붐세대의 자녀세대인 Y세대 또는 N세대(1979∼1994년생)에 해당한다.

가장 큰 차이가 발생하는 세대가 X세대다. 한국 X세대가 연간 출생아를 기준으로 최고점(1971년 102만 명)을 찍은 세대라면 미국 X세대는 역사상 최저점(1976년 316만 명)을 찍은 세대다. 한국 X세대는 경제적 풍요 속에 태어나 정치적 민주화를 경험하며 대학을 다녔고 사회적 안정 속에 높은 취업률과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렸다. 음반 100만 장, 영화관객 1000만 명, 최대 시청률 60% 신화의 주요 동력이었다. 반면 미국의 X세대는 1980년대에 몰아닥친 불경기로 임시직을 전전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반항적이고 냉소적인 세대로 분류된다. 그 세대명이 된 더글러스 쿠플랜드의 소설 ‘X세대’는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 교육까지 마쳤지만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상실한 채 방황하는 청춘을 담았다.

한국 에코세대의 상황은 미국 X세대와 비슷하다. ‘88만 원 세대’와 ‘삼포세대’라는 부정적 칭호가 이를 반영한다. 하지만 그 대응 방식은 미국 Y세대나 N세대의 특징을 지녔다. Y세대라는 개념에는 X세대의 다음 세대라는 뜻과 반항적인 X세대와 달리 어떤 일에도 ‘Yes’라고 답한다는 뜻이 담겼다. 한국의 에코세대가 부모 세대에 순응하며 자란 ‘애완세대’라는 평가와 상응하는 부분이다. N세대는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술을 생활화하며 자란 넷세대(Net Generation)라는 뜻인데 이 역시 한국 에코세대에 해당된다.

386세대의 자녀 세대인 신대자보세대(1990∼1995년생)는 에코세대의 상황을 이어받으면서도 그 대응 방식은 미국 X세대에 가깝다.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치열한 자기계발을 통해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사회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 기성세대의 기대에 적극 부응하기를 거부하고 ‘No’라고 답할 줄 안다. 또 같은 N세대라 하더라도 에코세대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가상공간에서 ‘나만의 안식처’를 찾는다면 신대자보세대는 같은 공간을 ‘우리들 문제를 고민을 토로하는 대자보’로 활용하고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베이비붐 세대#X세대#에코세대#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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