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후텐마 선물’ 당분간 美에 못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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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이전 반대” 현 나고시장… 與 지원한 후보 누르고 재선 확실
“미일동맹 강화” 아베정권 큰 타격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쟁점이었던 일본 오키나와(沖繩) 현 나고(名護) 시 시장 선거에서 기지 이전 반대파의 승리가 확실시된다. 이로써 미군 재배치 차원에서 미국이 학수고대하던 오키나와 현 내 기지 이전이 당분간 물 건너가게 됐다. 미일 동맹 강화를 외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미국에 내놓을 유력한 카드 하나도 사라지게 됐다.

오키나와타임스 인터넷판은 나고 시장 선거 투표 종료 시간인 19일 오후 8시에 “후텐마(普天間) 공군기지를 나고 시로 이전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나미네 스스무(稻嶺進·68·사진) 현 시장의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이나미네 후보는 아베 정권을 비판하며 기지 이전 반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스에마쓰 분신(末松文信·65) 전 현의원은 “후텐마 기지를 받아들여 정부의 교부금을 십분 활용해 지역경제를 재생시키겠다”고 공약했지만 기지 이전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미일 정부는 오키나와 현 기노완(宜野灣) 시의 주택가 한가운데에 있는 후텐마 기지를 나고 시 헤노코(邊野古)로 옮기기로 1996년 합의했다. 하지만 오키나와 주민들이 “같은 현 안에서 옮기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해 이전 작업은 17년간 진행되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은 미군 재배치 전략의 하나로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을 강력하게 촉구해 왔다.

지난해 말 기지 이전의 전기가 찾아오는 듯했다.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오키나와 현 지사가 공군기지의 비행장 건설을 위한 헤노코 연안부의 매립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미일동맹이 동아시아의 어려운 안보환경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라며 즉각 환영 논평까지 냈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12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도 미국에 줄 선물(후텐마 기지 이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 매립 작업을 위해선 공사자재 적치장 설치 등 나고 시장의 인허가가 필요한 절차가 10여 가지에 이른다. 후텐마 기지 이전을 위해선 오키나와 현뿐만 아니라 나고 시의 허가도 필수적이다.

자민당은 나고 시장 선거에서 기지 이전을 통한 경제개발을 주장하는 스에마쓰 후보를 집중 지원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내각부 부흥담당 정무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현지에 내려가 지원유세를 했다. 후텐마 기지 이전 반대파인 이나미네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 기지 이전은 적어도 시장 임기 4년 동안 진행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일 동맹 강화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는 아베 정권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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