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숙 英 조선아카데미 원장 “이 아이들이 통일 한국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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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
‘탈북가정의 대모’

“북한 어린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든 결국 자라서 통일된 한국을 이끌 차세대 일꾼들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지난달 영국의 한인타운 뉴몰든에서 만난 윤명숙 조선아카데미 원장(사진)은 이 지역에서 ‘탈북가정 어린이의 대모(代母)’로 통한다. 그가 운영하는 조선아카데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30여 명. 이 중 80% 이상이 탈북가정의 아이들이다.

조선아카데미는 시내 뉴몰든센터의 교실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 ‘방과후 수업’ 형식으로 2시간씩 열린다. 7명의 자원봉사자 교사들이 수학과 한글을 가르친다. 2010년 아카데미를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영어와 수학을 가르쳤는데 올해부터 한글로 바꿨다. 그 이유에 대해 윤 원장은 “탈북가정의 어린이들은 여느 교포 2세와 마찬가지로 영어가 모국어 수준”이라며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한국의 문화와 한국어”라고 설명했다.

유학생인 남편을 따라 20여 년 전 영국에 정착한 윤 원장은 2009년경 “영국에서는 한인들이 북한에 관심이 없다”는 한 교회 목사의 얘기를 우연히 듣고 조선아카데미 건립을 구상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느꼈던 사명감과 열정이 다시 끓어올랐다고 했다.

윤 원장은 새벽기도를 함께 다니던 주부 3명과 뜻을 모았다. 교회 앞 주차장에서 ‘북한어린이 돕기 바자회’부터 시작했다. NKCR(North Korean Children Relief)라는 자선단체를 만들어 후원금 모금을 위한 음악회를 열고 저금통도 돌렸다. 지금은 영국 정부에 등록된 정식 자선단체가 됐다. NKCR가 운영하는 조선아카데미는 탈북가정의 어린이들이 감기로 열이 펄펄 끓어도 “아카데미에 가겠다”고 할 만큼 인기가 높다.

처음에는 “정치적 목적이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냉소적이던 뉴몰든의 탈북자 부모들도 이제는 후원금을 내고 있다. 윤 원장은 이 후원금의 일부를 연변과학기술대를 통해 북한으로 보내 평양이나 혜주 지역 등의 탁아소를 지원한다.

뉴몰든=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윤명숙 조선아카데미 원장#탈북 어린이#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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