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춘문예 2014]문학평론 ‘지나가는 밤, 구애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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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소감
스스로 납득할 만한 글 쓰고 싶어요


박진아 씨
박진아 씨
당선 소식을 듣고 아폴리네르가 쓴 편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자신의 시에 일곱 사람 이상의 독자를 바라지 않지만, 그 사람이 중국의 황후, 미국의 흑인 복서같이 서로 다른 사람이기를 바란다고, 그런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한다고 썼습니다. 바람도 아름답지만 그보다 제가 상상했던 것은 알 수 없는 얼굴을 일일이 마음속으로 그리며 시를 쓰는 그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까지는 못 해도, 제가 할 수 있는 한 정성스럽게, 자신이 납득할 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한동안 주변 사람들을 많이 괴롭히면서 지내 왔습니다. 지금도 민폐만 끼치고 있는 분들에게 고마움과 죄송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먼저 이화여대 국문과의 모든 선생님, 특히 김미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공부로 선생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번 일로 면피를 한 것 같아 다행입니다. 징징대는 제게 비빌 구석을 마련해 주었던 친구들인 강아, 굽언니, 오성, 렬, 곰돌과 백기자에게 박둥둥이 마음에서 감사를 드립니다. 버릇없는 저를 동생처럼 챙겨 주셨던 총통님, 소륜 엄마, 선경 언니와 예원 언니, 혜린, 혜란, 진송, 예솔, 지현이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을 애써 좋게 읽어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좋은 글로 많은 상상을 하게 해 주신 편혜영 작가님, 어릴 때부터 불평 없이 저를 돌봐 준 현아와 가족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1985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에세이와 비평이 사이좋게 동거


권혁웅 씨(왼쪽)와 권성우 씨
권혁웅 씨(왼쪽)와 권성우 씨
문학비평 부문 응모작은 12편이었다. 다음과 같은 응모작이 우선 탈락했다. 비평의 자의식이 없는 글. 사유가 성글고 문장이 허술한 글. 대상 텍스트 선정이 잘못된 글. 최종 세 편의 응모작이 남았다. 고광식의 ‘시적 모자이크, 상처라는 멜랑콜리한 기억들-김민정론’은 김민정 시의 주체가 갖는 성격을 ‘상처’라는 키워드로 분석했다. ‘상처’가 가진 존재론적 성격을 탐색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만영의 ‘도시의 묵시록, 지옥에서의 글쓰기-김사과론’은 패기만만하다. 선행 작가와 연장선상에서 텍스트를 위치 지으려는 균형감각도 있고, 비평의 체계에 대한 열정도 있으며, 정치와 문학의 통섭이라는 최근 화두를 끌어안으려는 문제의식도 있다. ‘지나가는 밤, 구애의 시간-편혜영, ‘밤이 지나간다’’는 편혜영의 최근작을 ‘구애’라는 키워드로 읽은 글이다. 무엇보다 천편일률의 패각(貝殼)이 없다는 점이 좋았다. 많은 글이 딱딱하고 국적 불명인 유사 철학 언어를 흉내 내는 요즘, 당선자의 글쓰기는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편한 호흡으로 써 내려간 이 글에는 에세이와 비평이 사이좋게 동거한다. 자신의 사유를 감정에 양보 않는 균형감각도 있다.

권성우·권혁웅 문학평론가
#문학비평#신춘문예#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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