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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와 그때 그곳이 만나다

동아일보입력 2013-12-17 03:00수정 2013-12-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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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역사에서 열리는 ‘근대성의 새 발견’전
‘문화역 서울 284’에서 열리는 ‘근대성의 새 발견’전은 잡다하고 신기한 근대의 기술을 주제로 한 전시다. 중앙홀에 선보인 이배경 씨의 설치작품은 모터에서 나오는 바람의 힘으로 둥실 떠 있는 흰색 오브제를 보여 준다. 기계 문명 속에서 불안한 평형을 유지하려 애쓰는 현대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1925년 완공된 경성역은 르네상스식 서구 건축물과 최첨단 기술의 만남으로 당시 장안의 화제였다. 이곳은 교통의 관문이자 서구식 생활 문화의 체험 공간이기도 했다. 2층에 들어선 고급 양식당은 모던보이, 모던걸이 선망하는 장소였다. 설렁탕 한 그릇에 15전을 받던 시절, 이곳 정식의 가격은 3원 20전이었다. 1947년 서울역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근현대사의 주요 무대라는 정체성엔 변함이 없었다. 1960, 70년대 산업화의 대동맥 역할을 담당한 서울역은 2004년 민자 역사가 등장하면서 문을 닫았다.

복원 작업을 거쳐 지금은 ‘문화역서울 284’라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옛 서울역사에서 근대와 근대성의 흔적을 돌아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31일까지 열리는 ‘근대성의 새 발견-모던 떼끄놀로지는 작동중’전. ‘모더니티’를 상징하는 잡다하고 신기한 기술과 생활상의 변화를 테마로 하는 전시로 강홍구 김상균 유화수 나점수 이광기 정직성 등 27개 팀이 참여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과거인 근대의 속살을 현대미술이라는 거울에 비춰 본 자리다. 기억으로만 남은 근대를 단순히 회고하는 게 아니라 오늘날에 이어지고 변용된 근대성의 그림자까지 짚고자 시도했다. 무료. 02-3407-3500

○ 근대와 현대의 시계추가 교차하다

현실 속 아파트를 핑크빛 구조물로 재현한 이문호의 ‘금화아파트’.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옛 서울역사라는 공간 자체는 전시의 주인공이자 핵심 콘텐츠이다. 중앙홀을 중심으로 역장실, 그릴, 3등대합실, 부인대합실 등 방마다 건축 소리 철도 인물 등 각기 다른 이야기보따리가 펼쳐진다. 주제가 관념적이고 광범위한 데다 작은 그릇에 많은 내용물을 담고자 한 욕심도 보이지만 막상 전시장을 돌아보면 시간이 금세 흘러간다. 오래된 공간이 주는 묵직한 존재감에, 복도와 막다른 계단 등 구석구석을 활용함으로써 현대미술을 길잡이 삼아 근대의 시공간을 탐험하는 전시가 탄생했다.

기관차사무소 등 철도와 관련된 풍경을 모형으로 선보인 조병훈, 부서진 의자와 마네킹 같은 일상의 물건을 똑같은 무게로 계량해 나란히 도열한 저울에 올려놓은 이완, 모터 100개에서 나오는 바람의 에너지로 흰색 입방체를 허공에 띄워 놓은 이배경, 아날로그형 기계장치로 색다른 움직임을 만들어 낸 권용철, 40여 년 전 건립된 금화아파트를 분홍색 조형물로 선보인 이문호 등. 미술 애호가들이 아닌 사람들도 흥미를 가질 만한 볼거리가 많다.

○경성역과 서울역이 접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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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재개발 등 건설 중심의 토건 사회를 지향했던 근대화의 특성은 회화 사진 영상에서 살펴볼 수 있다. 국내 건축물에서 드러난 반복성과 차이를 추상적 회화로 제시한 김수영, 웅장한 공장 이미지를 촬영한 조춘만, 세월의 더께가 스민 아파트를 사진으로 채집한 최중원, 건설과 해체가 전광석화처럼 엇갈리는 변화의 속도를 기록한 금혜원, 과거의 사진에 현재의 풍경을 오버랩한 안성석 등이 주목된다. 근대를 소리로 접근한 김영섭, 여가문화의 출발을 허구적 영상으로 재현한 권혜원의 작품은 색다르다.

이 전시와 별도로 공공미술프로젝트도 흥미롭다. 젊은 조각가 그룹 ‘비주얼아트팩토리 힐긋’의 설치작품은 뜻밖의 장소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2층 창문에서 옥상을 내다보면 ‘그곳에 마땅히 인생이 있을 거다’라는 글자가 보인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4년)에 나온 경성역에 관한 구절이다.

옛 서울역사에 공공의 기억과 개인의 추억이 교차하듯이 과거와 현대의 목소리가 공명하며 시간 여행의 재미를 주는 전시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근대성의 새 발견#건축물#서울역#문화역서울 284#금화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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