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키워드로 되돌아 본 2013년 뮤지컬 & 연극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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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무대가 백조의 몸통이라면 마케팅은 물갈퀴다. 배우가 빛나는 조명 아래서 관객의 환호에 미소로 답할 때 마케팅 담당자는 가슴 졸이며 유료관객 점유율을 계산한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무대 위의 우아한 몸짓을 지탱하는 공연 마케팅 현장 직원들에게 2013년은 어떤 계산으로 남을까.

일찌감치 결산을 준비하고 있는 뮤지컬과 연극 마케팅 담당자 16명에게 ‘2013년의 키워드’를 물었다.

① 100억은 기본?


지난달 22일 개막한 뮤지컬 ‘위키드’의 한국어 라이선스 초연 제작비는 250억 원이다. 무대, 의상, 로열티, 인건비 등 개막 전에 들어간 비용만 160억 원에 이른다. 이틀 뒤 막을 올린 뮤지컬 ‘고스트’의 첫 라이선스 공연도 156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었다. ‘위키드’ 공연이 3월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평균 유료관객 점유율이 70% 이상 돼야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규모와 작품 수에 비해 흥행은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스타 주연배우의 최근작 개런티가 회당 1억 원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화려한 무대 외양과 스타 배우에 의존하는 뮤지컬 시장 구조의 취약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평가다.

② 한류, 이제는 뮤지컬

일본 도쿄 중심가 롯폰기에 한국 뮤지컬 전용관인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가 4월 25일 문을 열고 첫 작품 ‘카페인’을 선보였다. ‘미녀는 괴로워’의 일본 시장 역수출 이후 2년 만이다. 지난해 도쿄 아오야마 극장에서 처음 공연해 평균 유료관객 점유율 82%로 약 1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잭 더 리퍼’는 11월 요코하마에서 다시 일본 관객을 만났다. ‘삼총사’도 8월 성공적인 도쿄 초연을 가졌다.

2006년 대학로에서 개막해 무기한 공연 중인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6월 6일부터 11월 3일까지 처음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펼쳐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중국 정부는 한국 뮤지컬 관련 사업을 위해 1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 ‘애비뉴Q’ ‘아메리칸 이디엇’ ‘맘마미아!’ 등 세계적인 대작 뮤지컬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이 이어진 것도 한국에 대한 글로벌 뮤지컬 시장의 시각을 반영한 현상으로 보인다.

③ 부활, 국립극장

남산 위에 덩그러니 앉아 있던 국립극장이 지난해 시작한 레퍼토리 시즌제의 정착을 통해 명실 공히 ‘국립’ 극장으로서 이미지를 쇄신했다. 무겁고 생소한 주제 때문에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모았던 ‘단테의 신곡’은 11월 연극 초연 작품으로는 최초로 대극장 전회 매진을 기록하는 흥행 홈런을 쳐냈다. ‘햄릿’ 이후 12년 만의 해오름극장 매진 연극이었다.

④ 아아, 개구리

꾸준히 탄탄한 내용과 연출을 겸비한 작품을 선보여 관객의 호응을 얻은 국립극단이 9월 선보인 연극 ‘개구리’가 부실한 만듦새와 정치색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성향에 따라 크게 갈렸지만 작품 자체보다는 무대 밖 파장으로 곤란을 겪었다. 손진책 예술감독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공석이 된 국립극단장 인선의 진통이 만만찮다는 후문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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