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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최연혁]스웨덴의 불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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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최연혁]스웨덴의 불법선거

동아일보입력 2013-11-16 03:00수정 2014-08-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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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쇠데르퇴른대 정치학과 한국외국어대 정치학과 교수
아침에 따듯한 커피빵이 300가구 아파트 문 앞에 배달되었다. 옆에는 빨간 장미 한 송이와 ‘민주주의를 위한 귀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함께 있었다. 같은 시각 다른 지역에서는 선옹초(석죽과) 하나씩을 지나가는 아파트 지역민에게 나누어주고 있었다. “투표에 참여해 주세요”가 유일한 메시지였다.

스웨덴의 제3도시인 말뫼의 지역 일간지에 담긴 1994년 스웨덴 투표일 선거운동의 모습이다. 커피빵, 그리고 꽃송이 등은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나누어 준 것들이라고는 하지만 정당을 연상시키는 물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분명한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할 만했다. 하지만 유권자나 여당 야당 중 누구 하나 불법 선거라고 비난한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투명성과 민주주의의 질에서는 자부심을 느끼던 스웨덴이 2010년 선거에서는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스웨덴 제2도시 예테보리 선거구에서 사전선거 투표용지가 집계에서 누락되어 박빙의 선거 결과 당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보고 6개월 후 선거무효가 선언되었다. 중소도시 외레브로 투표소에서는 선거관리요원들의 미숙으로 몇 다발이 최종 집계에서 누락되어 6개월 후 재선거가 선언되었다. 이 같은 부정확하고 불투명한 선거관리로 결국 국제 선거감시기구들의 평가에서 주의 요망이라는 경고장을 받았다.

인구 12만인 영국 체스터 시에서는 600명의 유권자가 선거인명부에서 누락되어 투표에 참가할 수 없었다. 셰필드와 리드 지역에서는 오후 8시 투표 마감시간에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유권자 수백 명이 선관위의 대처 미숙으로 기다리다 결국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국 곳곳에서 부재자투표를 담은 행낭이 선거가 끝나고 배달이 되는 등의 문제도 발견되었다. 영국도 국제 선거감시기구들의 경고장을 피해갈 수 없었다.

국제 선거감시기구의 선거감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2년 선거에서 유권자 매수, 협박, 야당 후보 및 유권자 감시 탄압, 그리고 투표함 바꿔 치기 등의 불법 및 탈법을 전국적으로 폭넓게 저질렀지만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공명하게 선거가 치러졌다고 선언해서 국제 선거감시기구들의 비난을 받으며 국가의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선거 과정의 불확실로 인한 결과의 불복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통성의 위기를 초래한다. 그 단적인 예가 2000년 미국 대선이었다. 앨 고어가 만약 플로리다 주의 투표 과정의 기술적 결함과 개표 결과를 불신하고 선거 결과 불복을 선언했다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대법원의 재검표 판결이 있을 몇 개월 동안 엄청난 혼란과 불신, 그리고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선거관리 연구가 다시 관심 받고 있는 이유다. 아무리 민주주의가 잘되고 있는 나라들도 매번 박빙의 선거가 되면서 상대방의 선거운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럴수록 선거관리기관은 빠르고 정확한 법의 유권해석을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갈등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이전까지 단골메뉴로 등장하던 금권선거와 관권선거가 조금씩 사라지는 듯했다. 정당 후원회 금지, 기업 등 법인의 정치 후원금 기탁 금지,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한도 연 1억5000만 원 제한 등을 담은 일명 오세훈법의 통과로 선거가 혼탁해지고 불법자금이 판치는 우리의 선거에 확실한 방패막이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참으로 애석하게도 이번 선거에 때아닌 부정선거가 국가 핵심이슈가 되었다. 대통령 선거 후 11개월이 지난 지금 국가정보원 댓글 달기가 정보요원의 개인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국정원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군 기무사도 선거에 개입한 흔적이 발견되면서 야당에서는 선거 불복을 내비치며 대여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어쩌면 승리했을 수도 있었을 앨 고어가 지혜로운 판단으로 갈가리 나뉘고 반목할 수 있었던 나라를 하나로 만들어 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지도자의 올바른 판단이고 국가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으로 국민 앞에 깨끗이 인정하고, 여당은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협조해야 한다. 더이상 소모적 논란은 국가의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선거는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도자들은 과거로 회귀하기보다 힘들어하는 국민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한국 선거관리제도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진지하게 재점검하고 손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연혁 쇠데르퇴른대 정치학과 한국외국어대 정치학과 교수
#스웨덴#선거운동#투표용지#선거무효#민주주의#부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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