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쇠고기 국내 시장 인기도를 살펴봤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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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체결됐지만… 초라해진 미국산
무섭게 식탁 파고들어와… 의기양양 호주산

《 12일 오후 1시. 서울 관악구의 한 수입육 전문점. 주부들이 한창 장을 보는 시간인데도 가게 안은 한산했다. 이곳은 당초 미국산 쇠고기만 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에이미트’ 가맹점이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줄을 서야 고기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손님이 몰렸다. 하지만 2011년경부터 매출이 매년 10∼20%씩 떨어졌다. 》  

결국 이 가게 주인은 호주산 쇠고기도 판매하기로 방침을 바꾸고 에이미트에서 독립했다. 한때 가맹점이 60여 곳이나 됐던 미국산 쇠고기 판매 프랜차이즈 에이미트는 소비가 저조해 올해 8월 최종 부도가 났다.

GS수퍼마켓에서는 미국산 LA갈비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LA갈비는 지난해까지 매년 10여 차례씩 판매 이벤트가 열리던 인기 품목이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딱 1차례만 판매 이벤트가 열렸다. 이응신 GS리테일 축산팀 바이어는 “쇠고기를 즐기기 시작한 중국인들이 LA갈비를 많이 사먹으면서 미국산 LA갈비 국제가격이 작년보다 30%나 올랐고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며 “국내 소비자들도 LA갈비를 사는 대신 돈을 조금 더 들여 한우를 사먹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쇠고기 소비의 트렌드는 ‘호주산 약진’ ‘미국산 추락’ ‘한우(韓牛) 선방’으로 요약할 수 있다.

13일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에 수입된 쇠고기(검역 통과 기준)는 18만4421t. 지난해 같은 기간(18만5144t)보다 0.4% 감소했다. 외국산 쇠고기 수입물량은 2011년 28만9386t을 정점으로 2012년 25만2724t 등 매년 줄고 있다.

과거에 수입 쇠고기는 값이 싼 한우의 대체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우가 과잉 공급되면서 가격이 떨어졌고, 수입 쇠고기 가격은 상대적으로 올라 가격 차이가 크게 줄면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달 말 한우 가격(100g, 안동한우 기준)은 이마트 판매가 기준 4900원으로 호주산 쇠고기(100g, 4400원)와 큰 차이가 없었다. 김태성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한우 가격이 하락한 데다 유통업체들이 한우 소비 촉진 등을 위해 한우 할인 행사를 많이 열면서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입 쇠고기의 매력도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산 가운데서도 미국산 쇠고기의 성적표가 가장 초라했다. 올해 1∼9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물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3%나 급감했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가 낮아져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는데도 수입이 계속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가 발효돼 미국산 쇠고기가 더 많이 수입되면 국내 쇠고기 시장이 초토화될 것이라던 일각의 주장은 기우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산 쇠고기의 원산지를 ‘세탁’해 판매하는 일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산이나 호주산으로 원산지 표시를 속여 유통하려다 적발된 미국산 쇠고기는 75.7t으로 지난해 전체 적발 물량(83.2t)에 육박했다.

반면 호주산 쇠고기는 올해 1∼9월 전년 동기 대비 20.9%나 늘면서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호주산 쇠고기는 초원에서 풀을 먹이며 방목한 청정육이라는 이미지가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마트는 호주산 쇠고기 수요가 급증하자 최근 호주 현지 목장에서 호주산 쇠고기 4000마리 물량을 직접 수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이 쇠고기를 많이 소비하고 있어 한국인들의 수입 쇠고기 소비가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1∼7월 중국의 쇠고기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9.5배로 폭증했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 연구위원은 “중국이 수입 쇠고기를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수입 쇠고기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한국에서 수입 쇠고기의 소비 저조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고급 한우의 중국 시장 진출 전략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은 새로운 카드를 들고나왔다. 30개월 이상 뼈 없는 쇠고기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수 있도록 미국 내의 수입규제를 완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간접적으로 30개월 이상 된 미국 소의 고기를 한국 등에 판매할 수 있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의 축산전문가들은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당시 추가 개방의 전제조건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뒤 달라진 게 없다”며 “아직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재협상 제의가 없는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abc@donga.com·박선희 기자
#쇠고기#수입#에이미트#미국산#호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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