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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스토리텔링 in 서울]광희동 중앙아시아촌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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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스토리텔링 in 서울]광희동 중앙아시아촌의 유래

동아일보입력 2013-11-12 03:00수정 2013-11-12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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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크… 몽골… 카자흐… 서울서 ‘실크로드 여행’ 어때요
서울 중구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 모습. 러시아 알파벳인 키릴문자로 쓴 간판이 거리를 가득 메워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동아일보DB
서울 지하철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려 중구 광희동에 들어서면 거리를 메운 낯선 문자 때문에 한국 땅에서 졸지에 까막눈이 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주로 쓰는 키릴문자다. 한국어로 식당이나 카페라고 적어 놓은 간판이 오히려 친절한 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몽골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중앙아시아촌을 형성한 이곳에는 무역 중개업체, 음식점, 식료품점 등 150여 개의 가게가 밀집해 있다.

10일 서울 중구 광희동 사거리에 설치된 ‘동대문 실크로드’ 조형물. 실크로드 지역과 동대문 관광코스 등에 대한 방향을 표시한 이정표로 꾸며 눈길을 끈다. 서울시제공
시작은 러시아인 거리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카바레, 스탠드바 등 일반 한국 유흥업소와 숙박업소가 즐비했다. 그런데 1990년 한-러 수교의 바람이 시베리아를 넘어 불어왔다. 의류 도매상들이 몰려 있는 동대문에 인접한 이 동네에 자연스레 러시아 오퍼상, 즉 보따리장수들이 몰려들어 러시아인 거리가 만들어졌다.

뒤이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몽골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환전과 송금을 하러 여기에 모여들었다. 이후 러시아 상인들은 중국으로 떠나가고 그 빈자리를 중앙아시아와 몽골인들이 채웠다.

사람이 바뀌면서 간판도 바뀌었다. 우즈베키스탄의 도시 이름을 딴 식당 ‘사마르칸트’, 몽골에 두고 온 딸들을 그리며 ‘공주’라는 뜻으로 이름 지은 카페 ‘만도화이’, 카자흐스탄의 고향 마을을 그리며 지은 식당 이름 ‘크라이노드노이’…. 러시아를 넘어 중앙아시아 각국의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며 지은 이름들이 광희동 벌우물길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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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몽골인이 가장 많다. 오죽하면 골목 입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광희동지점은 주말에도 몽골인만을 위한 영업을 하고 있다. 은행에 들어온 사람들은 “몽골훙 한벤(몽골 직원은 어디에 있나요)”이라고 먼저 물어본다. ‘몽골타워’라 불리는 뉴금호타워 건물은 식당, 카페, 미용실, 택배, 휴대전화 가게, 여행사 등 10층 전체를 몽골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에 사는 몽골인은 4530명. 비공식적으로는 얼마나 더 살고 있는지 모른다. 300만 몽골 인구의 절반이 수도 울란바토르에 모여 살고, 나머지는 드넓은 땅에 드문드문 퍼져 산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말도 허풍만은 아닐 듯하다. “서울 광희동은 울란바토르 다음으로 몽골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광희동에 가면 중앙아시아와 몽골의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향이 짙으면서도 달콤하고 쫄깃한 우즈베키스탄식 양고기 꼬치 및 바비큐와 고기 육수가 진한 중앙아시아 국수, 몽골식 양고기 구이인 ‘호르호그’, 우유와 차를 섞어 끓인 ‘수테차이’가 인기가 높다.

중앙아시아촌은 동대문에서 판매되는 물건을 중앙아시아 등지로 수출하는 보따리장수들과 중개무역상들의 주요 거점 지역. 내륙 아시아를 횡단하는 고대 동서 통상로인 실크로드처럼 이곳을 통해 다양한 물건들이 내륙으로 수출되고 있다. 여기에 착안해 10일 광희동 사거리에 ‘동대문 실크로드’ 조형물을 세웠다. 동대문 실크로드 조형물에는 중앙아시아 및 실크로드 관련 이정표와 동대문 관광 코스 이정표, 동대문 실크로드 이정표가 설치됐다. 중앙아시아 및 실크로드 관련 이정표는 15개 정도이며 한글과 각 나라의 언어, 서울에서부터 그곳까지의 거리, 영문 표기 등이 적혀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광희동#중앙아시아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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