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에게 안긴 로키…中극장 ‘토르2’ 짝퉁 포스터 망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1일 01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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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다크월드' 정식 중국 버전 포스터(좌), 팬이 만든 짝퉁 포스터.
'토르: 다크월드' 정식 중국 버전 포스터(좌), 팬이 만든 짝퉁 포스터.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폭소'

'아스가르드의 영웅 토르는 악당 동생 로키를 지그시 끌어안고….'

미국 마블 스튜디오 신작 '토르:다크월드'(이하 토르2)가 바다 건너 중국에 가면 내용이 바뀌는 것일까. 최근 중국 상하이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 '토르2' 정식 포스터 대신 팬이 만든 '짝퉁' 포스터를 내걸어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토르2'는 2011년 개봉한 '토르: 천둥의 신'의 속편으로, '어벤져스'에서 대적했던 형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와 동생 로키(톰 히들스턴)가 고향별 아스가르드 왕국으로 돌아간 이야기다. 토르는 지구에 두고 온 연인 제인(나탈리 포트만)을 데려오고, 로키는 '어벤져스' 뉴욕 사태 때 지구인들을 죽인 벌로 지하 감옥에 갇힌다.

하지만 영화 내용과는 딴 판으로 중국 극장 포스터에서는 토르의 품에 제인 대신, 로키가 안겨 있는 것. 무언가를 느끼는 듯한 로키의 표정이 미묘하다.

알고 보니, 극장 측이 실수로 정식 포스터가 아니라 인터넷에 떠도는 팬이 만든 합성 이미지를 가지고 포스터를 만들어 내건 것이다. 영화 '토르' 시리즈의 광적인 소녀 팬들은 자주 극중 토르와 로키의 끈끈한 '브로맨스'(브라더와 로맨스의 합성어)를 동성애로 과장해 인터넷에 올리기 때문에 이런 이미지는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중국 극장 포스터는 한국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DCinside)를 거쳐 미국 소셜 뉴스 사이트 레딧(Reddit)으로 퍼졌다. 결국, 영국 데일리메일 등 영미 매체 수 백여 곳에서 중국 포스터 해프닝을 대서특필 했다.

해외 언론은 로키가 토르 가족에게 입양된 동생이라는 점을 들어 "준 근친상간적 포스터"라고 지적하거나, "어떻게 팬 아트(팬이 그린 패러디 그림)를 홍보용으로 쓰느냐?"고 하기도 했다.

일부 "패러디 포스터가 별 감흥을 못 주는 원작 포스터 보다 나아 보인다"고 후한 평가를 내린 언론도 있었다. '토르2' 원작 포스터에서 토르에게 안긴 제인의 얼굴 표정이 지나치게 경직돼, 제인이 토르에게 납치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

결국, 문제의 중국 극장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사과하고 포스터를 치웠다.

중국 패러디 포스터 덕에 온라인 홍보 효과를 얻은 마블 스튜디오 측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토르-로키' 패러디 이미지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한 중국 누리꾼은 SNS에 "이런! 내가 만든 합성 사진이 리트윗 될 때마다 1위안(우리 돈 약 170원)씩 받을 걸. 그럼 부자가 됐을 텐데"라고 남겼다.

졸지에 '게이커플'이 된 '토르' 헴스워스와 '로키' 히들스턴의 반응은 어떨까.

대만 방송 ETTV(東森綜合台)는 '토르2' 월드 프로모션 중인 두 배우에게 포스터를 보여줬다. 헴스워스는 크게 웃더니 "우리 집 벽에 붙여놓고 싶다"고 했고, 히들스턴은 "덕분에 영화 표가 몇 장이나 더 팔렸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배우들이 이런 장난을 좋아한다고 봐선 곤란하다.

자주 하드 코어한 패러디물의 희생양이 되곤 하는 히들스턴은 "이제는 구글에 내 이름을 넣어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일부 '고약한' 방송 리포터들은 히들스턴의 면전에 게이 패러디를 내밀며 소감을 묻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그는 고개도 못 들고 "맙소사(Oh My god)"를 외친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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