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창조경제타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 운영 사이트에 본보기자 아이디어 올려보니

《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역점사업 ‘창조경제타운’(www.creativekorea.or.kr)이 30일로 개설 한 달을 맞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30일 “국민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올려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고 사업화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이 사이트를 열었다. 창조경제타운이 다른 아이디어 사이트와 가장 다른 점은 전문가 멘토링이다. 기자는 실제 멘토링을 체험해 보기 위해 사이트 오픈 당일 평소 생각하던 아이디어를 올렸다. ‘영유아의 비타민D 결핍을 해소할 수 있는 광선 투과 겨울옷’이었다. 추운 겨울 바깥에서 햇빛을 보지 못해 비타민D가 부족해지기 쉬운 아이들을 위해 보온이 잘되면서도 빛이 통과하는 섬유로 옷을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였다. 기자는 창조경제타운의 양식대로 △착안 배경 △주요 내용 △장점 및 기대효과 △지원받고 싶은 사항을 A4 용지 한 장 분량으로 자세히 적어 아이디어를 7개 산업 부문 중 ‘안전·의료·복지’ 코너에 제출했다. 다만 641명(현재는 2063명)의 멘토 가운데 누구의 상담을 받아야 할지 알 수 없어 멘토링을 받고 싶은 전문가는 특정하지 않았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멘토를 특정하지 않은 아이디어는 전문가가 살펴본 뒤 맞는 멘토를 찾아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6일째 되던 날 드디어 e메일로 첫 피드백이 왔다. 그런데 피드백 내용이 예상과 달랐다. 멘토를 추천해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상담을 원하시는 멘토를 찾아 상담하기 버튼을 눌러 상담을 신청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결국 직접 힘들게 멘토 찾기를 해야 했다. 안전·의료·복지 코너의 멘토 찾기를 누르자 160명이 넘는 전문가 사진이 나타났다. 이들은 다시 △기계·소재 △전기·전자 △정보·통신 △화학 △바이오·의료 △에너지·자원 △지식서비스 △기타로 세분돼 있었다. 내 아이디어를 소재(섬유) 전문가에게 물을지, 의료 전문가에게 물을지 여전히 고민이 됐다.

일단 기계·소재를 택해 멘토들의 세부 전공 확인 작업을 시작했다. 세부 전공은 멘토들의 사진을 일일이 클릭해 들어가 봐야 볼 수 있었는데 수십 번 클릭해도 딱 맞는 전문가는 없었다. ‘섬유’라는 검색어를 넣어 봐도 ‘광섬유레이저’ ‘의료용 복막섬유’ 같은 어울리지 않는 내용만 나왔다. 멘토들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편중돼 다른 분야는 상담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3주가 지나도록 멘토를 찾을 수 없었다. 그즈음 미래부는 “벌써 아이디어가 1792건이나 접수됐다.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 활발하게 운영 중”이라고 자평하는 자료를 냈다. 얼마 뒤 확인한 기자의 창조경제타운 마이페이지 코너에는 석 줄의 관리자 코멘트가 남겨져 있었다. ‘매우 충실합니다. 다만 비타민D 합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투과량 담보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피부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알쏭달쏭한 말이 기자가 받은 피드백의 전부였다.

사이트 관리 인력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소속 16명과 미래부 공무원 몇 명에 불과한 것도 한계로 보였다. 관리자들은 “담당자들이 이용자들의 민원전화를 받는 콜센터 역할까지 하다보니 업무량이 상당하다”고 털어놓았다. 미래부는 “멘토 매칭이 100% 안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절박한 사람들은 계속 문을 두드려 원하는 조언을 얻기 마련이다. 충분한 멘토링을 받고 있는 아이디어들도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멘토 매칭이 이뤄진 아이디어는 전체 약 1800건 중 700여 건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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