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인생의 수수께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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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인생의 단계, 1835년경.
프리드리히, 인생의 단계, 1835년경.
가끔은 철학자가 되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존재의 본질을 묻는 이 질문은 인간에게는 가장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가정이나 학교, 직장, 어느 곳에서도 해답을 가르쳐주지 않는 데다 딱히 배울 곳도 없기 때문이다. 19세기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도 인생의 숙제를 풀지 못했던가. 해답이 없는 질문을 바다풍경화에 비유해 표현했다.

노을 지는 해변에 다섯 사람이 등장했다. 바다에는 다섯 척의 배가 떠 있다. 다섯 사람은 인생의 시기를 뜻하고 다섯 척의 배는 인간을 의미한다. 스웨덴 국기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두 아이는 유년기, 아이들 곁에 앉아 있는 젊은 여자는 청년기, 중절모를 쓴 정장 차림의 남자는 중년기,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뒷모습의 노인은 노년기를 상징한다. 이 그림은 프리드리히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생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는 증거물이다. 그는 삶을 마감하기 5년 전에 이 바다풍경화를 그렸다. 그리고 뒷모습의 노인은 화가 자신이다. 인생이라는 바다를 향해 출항하는 저 배들은 무사히 항해를 마치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정말 시를 배운 적이 없으세요?’ 강사가 물었다. ‘배워야 하는 겁니까?’

내가 반문하자 그는 ‘아닙니다. 잘못 배우면 오히려 문장을 버립니다’라고 답했다.

‘아,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하긴 시 말고도 인생에는 남에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이 몇 가지 더 있지요.’


자기 자신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공부가 인생공부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명화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
#존재#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인생의 단계#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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