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스타일? 靑 만류에도 “양심의 문제” 업무 복귀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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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생각 다르면 보스요구도 거부”… “자기희생 부족해 총대 안메” 분석도
친박→탈박→복박 거쳐 다시 탈박

“장관 이전에 나 자신의 양심의 문제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사퇴 표명 이후 이어졌던 긴 침묵을 깼다. 진 장관은 청와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만 사의를 허락해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진 장관은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장관”이라며 “주무 부처 장관이 양심상 사표를 내게 한 엉터리 기초연금안을 계속 밀어붙이는 박근혜 대통령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대통령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는 등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진 장관은 과거에도 친박(親朴·친박근혜)→탈박(脫朴)→복박(復朴)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박 대통령과 미묘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진 장관은 박 대통령과 한때 멀어졌다가 다시 부름을 받은 거의 유일한 인사다. 그런 그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며 박 대통령과의 ‘10년 인연’까지 깨뜨리면서 사퇴를 고집하는 이유를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먼저 ‘진영 스타일’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진 장관이 판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공무원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원래 자기 스타일이 강하고 생각이 다르면 보스가 요구해도 이를 거부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이와 함께 진 장관이 합리적인 성격이지만 자기희생이 부족하고 진영 간 싸움에서 총대를 메는 일이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진 장관은 2010년 세종시 수정안 표결 당시 원안을 고수한 박 대통령과 달리 수정안을 지지하면서 ‘탈박’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진 장관 주변에선 그가 취임 직후부터 ‘1년 장관’이라는 것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들이 경제 여건상 현실화되긴 어려웠던 만큼 진 장관이 복지 정책 발표→책임론→장관직 사임 순으로 이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진 장관이 책임질 각오를 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심경이 노출된 뒤 총리 등의 만류 과정이 속속 언론에 보도되면서 무책임한 정치인으로 몰린 것에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유가 무엇이든 진 장관이 박 대통령과 정부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것은 (진 장관이) 정책위의장 시절부터 공약 사항으로 얘기됐던 것”이라며 “지금 와서 소신, 양심과 다르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사퇴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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