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뱉은 거 잘 먹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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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배달원, 햄버거 주문 고객에 폭언 문자 파문

패스트푸드업체 한국맥도날드의 배달 직원이 고객에게 휴대전화로 “(햄버거에) 침 뱉은 거 잘 먹었어?”라는 폭언 메시지를 보내 파문이 일고 있다.

8일 오후 대학원생 김모 씨는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2개를 주문하기 위해 맥도날드 콜센터에 전화했다. 주문 내용은 김 씨가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점포로 전달됐다.

하지만 배달 직원(일명 ‘맥도날드 라이더’)은 김 씨 주소를 쉽게 찾지 못했다. 김 씨는 “전화로 위치를 네 번이나 알려줬는데도 직원이 제대로 찾지 못해 답답했다”고 말했다. 평소 주문 후 20∼30분 정도면 배달이 됐지만 이날은 40분이 지나서야 햄버거가 도착했다.

배달된 햄버거는 김 씨 대신 그의 동료가 받아 계산했고 직원은 돌아갔다. 사건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40분쯤 지난 뒤 김 씨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 한 건이 도착한 것.

메시지 내용은 “침 뱉은 거 잘 먹었어?^^”라는 깜짝 놀랄 내용이었다. 배달된 햄버거는 거의 다 먹은 상태였다. 메시지를 보낸 전화번호를 보니, 김 씨 자신의 것이 찍혀 있었다. 직감적으로 배달 직원에게 의심이 간 김 씨는 곧바로 맥도날드 콜센터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

얼마 후 해당 점포 점장은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문자메시지 번호를 다시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김 씨가 배달 직원에게 문자메시지로 항의했더니 “그런 적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화가 난 김 씨는 다음 날 이동통신사 서비스센터에 찾아가 메시지 발신자 조회를 요청했다. 그러자 메시지를 보낸 휴대전화 번호가 바로 그 배달원의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 직원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번호를 조작한 것이다.

김 씨가 이런 사실을 알리며 강하게 항의하자 해당 점장은 그때야 “직접 찾아뵙고 싶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씨는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 소비자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배달원도 배달원이지만 불쾌감을 호소했음에도 증거가 나올 때까지 믿지 않으려 한 맥도날드 점장의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국맥도날드는 12일 해당 직원의 잘못을 인정했다. 김기화 한국맥도날드 이사는 “시간제 근무자인 직원이 덥다 보니까 욱해서 순간적으로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며 “인사위원회를 열어 조치할 계획이었지만 해당 직원이 이에 앞서 10일 자발적으로 퇴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김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본사로부터 정식으로 사과받지 못하면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사한 사태는 외국에서도 가끔 발생하고 있으며, 그때마다 해당 회사는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올해 5월에는 미국의 피자 체인인 파파존스 피자에서 흑인 고객을 비하하는 백인 직원의 발언이 고객의 휴대전화에 녹취돼 존 슈내터 파파존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뉴욕 브로드웨이 매장에서 직원이 한인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국 지사 명의로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또 2009년에는 세계 최대 피자 브랜드인 도미노피자에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한 매장 직원들이 피자를 만들면서 역겨운 장난을 하는 장면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가 이 업체의 CEO가 사과하기도 했다.

김 이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사 및 점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객서비스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맥도날드#배달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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