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샘 호르몬은 ‘중용’이 최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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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분비 기능저하증 → 무더위에도 덥지 않고 입맛 없고 무기력한 증상
과다분비 기능항진증 → 유난히 땀 뻘뻘… 맥박 1분 100회 넘으면 의심

갑상샘 호르몬이 너무 많이 나오면 갑상샘 기능항진증이, 덜 나오면 갑상샘 기능저하증이 나타날 수 있다. 갑상샘이 ‘중용의 장기’로 불리는 이유다. 한 환자가 병원에서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갑상샘 호르몬이 너무 많이 나오면 갑상샘 기능항진증이, 덜 나오면 갑상샘 기능저하증이 나타날 수 있다. 갑상샘이 ‘중용의 장기’로 불리는 이유다. 한 환자가 병원에서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혹시 올여름이 예년보다 훨씬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덥게 느껴지는가. 아니면 정반대로 약간 더운 정도라거나 오히려 서늘하다는 느낌을 받는가. 만약 이게 병이라면? 그것도 동일한 신체 기관의 이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55세의 여성 A 씨는 이번 여름에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린다. 조금만 걸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연일 30도가 넘는 불볕더위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다. 평생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

반면 71세의 여성 B 씨는 남들이 더워 죽겠다는데도 심드렁하다. 아주 서늘한 기운을 느끼는 건 아니지만 덥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 다만 체중이 늘어나는데도 입맛이 없는 점은 좀 이상하다. 몸은 좀 더 부은 듯하고 무기력증도 심해진 것 같다.

병원에서 두 여성은 모두 갑상샘(갑상선) 이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동일한 기관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지만 증상은 180도 다르다. 왜 그럴까.

우선 갑상샘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목 앞쪽의 중앙 부위, 그러니까 물렁뼈와 기도 사이에 있는 내분비기관이다. 갑상샘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몸 안의 장기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갑상샘 호르몬은 신생아나 어린이의 성장과 발육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어린이가 한창 자랄 시기에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키가 자라지 않는다. 인체의 대사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호르몬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호르몬이야말로 ‘중용(中庸)의 장기’라 부른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함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 삶에 필요한 이 덕목이 갑상샘 질환에 딱 들어맞는다는 뜻이다.

A 씨 증세는 갑상샘 호르몬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분비돼 나타난 것이다. 이 호르몬이 많아지면 인체 대사가 더 활발해진다. 에너지 소모량이 늘어난다. 심장도 빨리 뛴다. 맥박이 1분에 100회 정도 뛸 만큼 빨라진다. 체중은 감소하고 몸이 더워진다. 땀을 계속 흘리지만 더위를 점점 더 참기 힘들어진다. 신경도 날카로워진다. 갑상샘 기능항진증이다.

이 호르몬이 덜 분비되면 어떻게 달라질까. 인체 대사가 둔화된다. 에너지 소모량이 줄어 체중이 늘어난다. 전체적으로 몸의 기능이 떨어지는 느낌이 강해진다. 무기력증이 나타나면서 입맛도 떨어진다. 몸이 이런 상태이니 체온도 낮아지고 여름에도 더위를 느끼지 않는다. 겨울이라면 추위를 견뎌내기 힘들다. B 씨가 그렇다. 갑상샘 기능저하증이다.

기능항진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체로 이 병의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안구가 돌출하는 ‘그레이브스병’ 환자에게서 항진증이 많이 나타난다. 치료하려면 항갑상샘 제제를 먹는다. 갑상샘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방사성동위원소(요오드)를 이용해 갑상샘을 파괴하기도 한다. 다만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는 기능저하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기능저하증은 갑상샘 호르몬이 부족하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치료법도 단순하다. 인공적으로 만든 호르몬 제제를 먹으면 된다. 일부 환자들이 소화불량의 부작용을 경험하지만 대체로 평생 먹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갑상샘과 관련된 질환으로는 결절(종양)이 있다. 최근 초음파 기술이 발달하고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갑상샘 결절은 매우 흔한 질환이 됐다. 그만큼 쉽게 발견한다는 뜻이다.

보통 결절의 5%가 악성인 암으로 판명 난다. 목소리가 갑자기 쉰 소리로 변했거나 호흡이 힘들어졌거나 침을 삼키기 어려워졌다면 일단 갑상샘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걱정부터 할 필요는 없다. 갑상샘암은 다른 암과 달리 조기 발견만 하면 100% 완치된다. 수술로 갑상샘을 제거한 뒤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한다. 평생 갑상샘 호르몬 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도움말=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재훈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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