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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ki, Murakami/소설 속 그곳, 핀란드]눈·순록·산타클로스… 북국이 내 뜨거운 열정을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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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ki, Murakami/소설 속 그곳, 핀란드]눈·순록·산타클로스… 북국이 내 뜨거운 열정을 맞아준다

동아일보입력 2013-07-24 03:00수정 2013-07-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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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배경을 찾아서
핀란드의 겨울은 이렇듯 환상적이다. 200일이상 눈에 덮이는 북극권 침엽수림에 사는 사미 족 원주민이 전통의상을 입고 순록썰매를 몰고 있다. 뒤로 연어훈제도 하는 스모크사우나가 보인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소설은 핀란드 여행길이 배경음악처럼 깔리는 작품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책의 배경이 된 핀란드에 대한 상식과 정보도 필요치 않을까 생각한다. ‘사우나, 시수(Sisu·집요함), 시벨리우스(국민음악가)’라는 ‘3S’로 인상 지워진 핀란드. 그런 핀란드를 직접 다녀온 여행지를 통해 한 번 들춰보기로 한다.

핀란드는 유럽에서도 북쪽, 북극권(북위 66도33분 이북)을 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다. 서쪽엔 스웨덴, 동쪽엔 러시아, 북쪽으로는 노르웨이와 국경을 이룬다. 핀란드는 남북으로 긴데 북단∼남단의 거리는 1160km로 한반도와 비슷하다. 이런 국토의 4분의 1이 북극권에 포함됐다. 그래서 주민 대부분(540만 명)이 따뜻한 남쪽에 산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지구 마지막 빙하기(1만 년 전)까지 온통 빙하로 뒤덮였던 곳이다. 그러다 지구가 따뜻해져 빙하가 녹기 시작하며 지금처럼 반도의 지형을 드러내게 됐다. 그런데 반도의 네 나라 중에서도 핀란드에만 유독 호수와 섬이 많다. 호수는 18만8000개―그것도 500m² 이상 규모만―이고 섬도 17만9000개나 된다. 모두 빙하로 인한 침식활동과 해빙으로 비롯된 해수면 상승이란 자연현상의 결과다.

핀란드는 나라 전체가 툰드라(凍土)지대―지하 5m 아래는 늘 얼어있는 땅―다. 게다가 높은 산도 없다. 최고가 노르웨이와 국경을 이룬 1324m의 할티 산 정도다. 국토의 86%가 숲으로 뒤덮여 있다. 수종은 가문비나무와 소나무(이상 침엽수), 자작나무(활엽수)의 셋이 대종. 그나마 북부는 온통 침엽수림 지대―타이가(Taiga)―다. 그러다보니 나무는 핀란드의 최고 자원이고 덕분에 유럽 최대 목재 생산국이 됐다.

사우나
국민 세사람 당 한 개꼴로 사우나가 많은 핀란드에선 매일 저녁식사 전 식욕을 돋우기 위해 사우나를 즐긴다. 핀란드정부관광청 제공

핀란드 사우나는 바로 이 숲에서 왔다. 사우나의 핵심인 땔감의 무제한 공급처여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는 물론 러시아까지 북방 모든 나라에 사우나가 있지만 특히 핀란드에서 발달한 것은 이 덕분이다. 핀란드의 사우나는 그 수에서도 다른 나라를 압도한다. 무려 160만 개나 되는데 이것은 국민 세 명당 한 개꼴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현재 80세 이상 사람들―병원시설이 없어 집에서 태어난―은 대다수가 사우나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저녁 식사에 앞서 사우나를 하며 식욕을 돋운다.

사우나는 대도시인 헬싱키 시내에서도 곳곳에 보인다. 내가 찾았던 곳은 지하시설이었는데 거기엔 사우나가 실내 풀과 피트니스센터, 카페테리아, 휴게소와 어울려 거대한 스포츠콤플렉스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눈길을 모은 것은 사우나가 핀란드에서는 도심공원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겨울 대낮에 연인과 부부, 엄마와 자녀가 여기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냈다. 춥고 길며 반대로 하루해가 짧은 혹독한 북방의 겨울을 이기는 현명한 선택이 바로 사우나였다. 핀란드에는 세 종류의 사우나가 있다. 호수사우나, 연기사우나 그리고 보통의 사우나다. 가장 전통적인 것은 숲 속에 지은 통나무집 형태의 연기사우나다. 아이가 태어나거나 사우나 자체를 즐기고 싶을 때 이들은 창고처럼 쓰이는 이 통나무집의 문을 꽁꽁 닫고 그 안에 장작불을 7∼8시간 이상 피워 실내를 뜨겁게 데운다. 그 연기를 이용해 연어도 훈제한다. 그런 다음엔 문을 열어 실내의 연기를 빼고 거기 들어가 그 열기로 땀을 낸다. 연기사우나밖의 호수는 몸을 식히고 닦는 냉탕으로 이용된다. 한겨울에는 눈을 치우고 드러난 수면의 얼음을 깨 들어갈 공간을 확보해 둔다. 보통 사우나는 집 안팎과 호텔 등지의 것으로 한두 명 들어갈 정도로 작고 실내를 전기스토브로 데우는 것과 스포츠센터 형태의 초대형까지 다양하다.

핀란드 사우나에는 몇 가지 특징도 있다. 우선 앉는 자리가 2, 3단의 계단인데 높을수록 온도도 높다. 그리고 스토브 위엔 돌을 올려 구우며 그 옆엔 반드시 물을 가득 담은 통을 둔다는 것이다. 이 물은 가끔씩 바가지로 퍼 스토브 위의 돌에 끼얹기 위한 것인데 그렇게 하면 뜨거운 돌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순간적으로 실내온도가 오르고 습기가 퍼진다. 이때 꼭 지켜야 할 게 있다. 물은 반드시 가장 윗 자리에 앉은 사람만 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내온도가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인데 그렇지 않고 아래쪽 사람이 기온을 높인다며 물을 뿌렸다가는 위쪽 사람이 고열의 습기에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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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사람들은 평소 말수가 적다. 긴 겨울에 짧은 일조시간 등으로 인해 생긴 국민적 기질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사우나 안에서다. 기분전환효과로 보이며 핀란드의 비즈니스 안내서엔 이렇게 쓰여 있다. 핀란드인과 사업상담을 하기 사우나만큼 좋은 장소가 없다고. 핀란드 사우나의 두 번째 특징은 사우나 도중 먹고 마시는 풍습이다. 레이크사우나에선데 사우나도크를 나와 휴게실에 앉으니 흰 소시지와 흰살생선 등이 맥주를 비롯한 각종 음료수와 함께 차려져 있었다. 빼앗긴 수분을 보충하고 군것질을 겸해 담소도 하라는 취지다.

일화도 많다. 리스토 뤼티 대통령(1940∼44년 통치)은 독일과 전쟁에서 져 전범재판에 회부됐는데 그는 실형선고 소식을 사우나 도중에 들어야 했고 사우나를 마친 뒤 저녁식사까지 한 다음에 수감됐다. 전쟁터에도 가져가는 조립식 통나무사우나도 핀란드에만 있었다. 1940년 소련과 전쟁 중에 벌어진 일이다. 1개 소대가 퇴각 중 참호 옆에서 사우나를 했는데 불시습격으로 본대가 후퇴하는 바람에 적진에 무기도 없이 벌거벗은 상태로 남겨졌다. 그러나 소대원 40명은 뿔뿔이 흩어져 이틀간의 사투 끝에 무사히 본대를 따라잡았다고 한다. 핀란드의 헤이놀라에선 매년 ‘가장 오래 참기’ 세계대회도 열린다. 그런데 2010년 결선에선 러시아 선수가 핀란드 선수와 경합하다 도중에 실신, 숨지는 사고를 당했다.

시수(Sisu)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로바니에미의 산타빌리지 모습. 가끔 밤하늘의 오로라도 나타난다. 산타클로스우체국 제공

시수는 한 번 마음먹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은근과 끈기’의 집요함을 뜻하는 핀란드 말이다. 나는 핀란드의 곳곳에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이 혹독한 자연조건을 이기는 그들의 지혜다. 11월 말 북극권의 로바니에미에서인데 오전 9시 반에 해가 뜨나 싶더니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이미 깜깜해졌다. 세 시간 반의 한낮도 낮게 드리운 구름으로 인한 잿빛하늘 아래여서 햇빛을 못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겨울이 북극권에선 근 200일 계속된다. 또 여름은 정반대로 깜깜한 밤이 거의 없다. 가장 극심한 곳은 최북단 마을 누오르감인데 여름엔 77일간 해가 지지 않고 겨울엔 51일간 해가 뜨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도 그들은 일상생활을 여유 있게 이끈다. 한밤 같은 겨울 대낮에도 경광등을 든 채로 산책을 즐기며 틈만 나면 숲속으로 크로스컨트리 스킹을 나간다. 또 동굴을 파고 운동장을 만들어 실내하키를 즐긴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핀란드 선수가 많은 건 그 덕분.

하지에 즐기는 하루 네 번 연속 라운딩의 골프. 이거야말로 이렇게 해가 지지 않는 핀란드 북극권 주민의 삶의 지혜가 번득이는 놀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칭찬받을 만한 뚝심과 인내는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600년 이상 스웨덴 지배 하에서도 결코 잊지도 잃지도 않은 모국어(핀란드어)다. 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는 교육시스템도 그렇다. 또 한겨울 어두컴컴한 라플란드(북극권의 산악지방)에서 오직 개 썰매에 의지한 채―물론 지금은 스노모빌을 이용한다―야생의 순록 떼를 좇으며 유목하는 일상 역시 핀란드인의 그런 강인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시벨리우스

핀란드를 여행하자면 반드시 들르게 되는 곳이 있는데 수도 헬싱키다. 요즘은 핀에어(핀란드 국적 항공사)가 헬싱키를 유럽의 새로운 허브공항(전 세계 항공편 집결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라 로마 파리 런던 대신 헬싱키를 경유지로 삼아 유럽과 아프리카로 가는 항공 스케줄도 빈번해졌다. 그런 헬싱키에서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찾아가는 곳이 있으니 바로 시벨리우스 기념조형물이 있는 공원이다.

얀 시벨리우스(1865∼1957·사진)는 핀란드의 국민 음악가다. 교향시 ‘핀란디아’를 작곡한 후기낭만파의 거장인데 600년간의 스웨덴 지배, 이어 90년간 제정러시아 치하 등 근 700년간 국가를 가져볼 수 없었던 핀란드인에게 민족의식을 고취시킨 곡이 이 핀란디아다. 그가 죽자 시벨리우스협회는 국민성금을 모아 기념비를 세웠다. 시벨리우스 공원의 자연석 위에 수백 개의 파이프를 붙여 만든 추상조형물(작가 에일라 훌티넨)과 그 앞에 세운 두상으로 이뤄진 기념물이 그것이다.

겨울 핀란드의 진수, 북극권

내 보기에 핀란드 여행의 진수는 겨울이며 그것도 북극권이다. 가장 핀란드다운 모습을 거기서 만날 수 있어서다. 출발점은 헬싱키에서 비행기로 1시간 20분 거리 북극권의 키틸라(북위 67도39분).

나는 2월 중순 여기서 남쪽 200km 거리의 로바니에미까지 나흘간 자동차로 여행을 했는데 그동안 오로라도 보고 순록고기도 먹고 산타클로스도 만났으며 스키(알파인)와 스노모빌도 탔다. 2월은 핀란드 겨울여행의 최적기다. 해도 오전 8시쯤 떠서 오후 3시경에 져 일조시간도 비교적 길고 기온도 그리 혹독하지 않다. 게다가 흰 눈은 도처에 설국을 이뤄 라플란드의 겨울풍경을 오롯이 보여준다.

알파인스키를 탄 곳은 키틸라 공항에서 멀지 않은 레비툰두리―툰두리는 핀란드에서 산을 뜻한다―(해발 530m)의 스키리조트. 이튿날엔 온종일 부근의 설산 숲과 얼어붙은 호수의 눈밭을 설상차를 운전하며 누비는 스노모빌 사파리를 즐겼다. 이후엔 케미(북위 65도44분) 등 여러 타운을 경유하며 남행하는데 마지막 행선지는 산타빌리지가 있는 로바니에미. 이 도시는 북극선(북위 66도33분)에서 남쪽으로 5km 떨어졌는데 산타빌리지는 연중 365일 크리스마스 선물을 파는 성탄 분위기의 작은 테마파크다. 핀란드 공인 산타클로스도 여기 상주하는 데 거기엔 산타 집이 있다. 전 세계 어린이가 핀란드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가 답지하고 또 답장에 소인을 찍어 보내는 산타클로스 우체국도 여기 있다.

이 여행길에서 나는 들르는 곳마다 캐빈(통나무집)에 묵었다. 캐빈은 널찍한 데다 사우나가 객실마다 갖춰져 있었고 가격도 저렴했다. 식사는 주로 순록스테이크. 식후엔 캐빈의 거실 벽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피우고 보드카 ‘핀란디아’를 마시며 하염없이 눈 내리는 모습을 감상하는 낭만으로 긴 겨울밤을 즐겼다. 그러다 눈이 그친 맑은 날엔 오로라가 밤하늘을 장식해 나를 잠 못 들게 했다. 핀란드를 체험하고 싶다면 이렇듯 겨울이 제격이다.

■Travel Info

핀란드관광청: 한국에는 아직 설치돼 있지 않다. 홈페이지 www.visitfinland.com
핀에어: 한국사무소 www.finair.com/kr
여행지: ◇북극권 ▽케미 www.kemi.fi △스노캐슬 www.snowcastle.net ▽레비 www.levi.fi △일라스 www.yllas.fi ▽로바니에미 www.rivaniemi.fi △산타빌리지 www.santagreeting.net ◇헬싱키 △도시 www.hel.fi △헬싱키페스티벌: 8월 16일∼9월 1일 시내.

헬싱키=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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