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문선대와 연예병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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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허참(본명 이상용) 이등병은 육군 26사단 산하 연대 웅변대회에서 1등을 했다. 문화선전대(문선대) 장병을 뽑는 경연대회에 웅변대회 원고를 콩트로 바꾼 레퍼토리를 갖고 출전해 또 1등 했다. 문선대 장병이 된 그는 제대할 때까지 2년여 동안 부대를 돌며 위문공연 전문 사회자로 일했다. 허참은 원래 연예인이 아니었는데 군이 끼를 알아본 것이다. 1973년 겨울 제대 후 당시 MBC 라디오 PD였던 이종환이 운영하는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에서 우연히 마이크를 잡았다. 현장에서 이종환의 눈에 들어 그날 바로 쉘부르의 DJ 겸 MC로 뽑혔다. 그게 평생 사회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였다.

▷사단급 부대 이상 40여 곳에서 군 홍보와 위문공연을 전담하던 문선대는 군에서 ‘딴따라’라 불렸다. 1996년 김동진 국방부 장관 시절 국방홍보지원대로 이름을 바꾸고 통합했다. 군 홍보와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아 국방부 내 라디오와 TV에 출연하고 부대를 돌아다니며 위문열차 공연도 맡았다. 가수와 탤런트 등 인기 연예인 출신으로 꾸렸으며 해마다 18명 수준을 유지했다. 지금까지 국방홍보지원대를 거쳐 간 연예인만 100여 명에 이른다.

▷유명 가수와 개그맨 탤런트 등 연예인들은 군 복무 중 경력단절 걱정을 하지 않고 고된 군사훈련도 피할 수 있다. 군은 한 달 11만1000원(상병 기준) 월급으로 유명 연예인들을 부릴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21개월 복무 기간에 일반 병사들은 40일 남짓 휴가를 갈 수 있지만 연예병사들 중엔 포상휴가 명분으로 150일이나 군대를 떠나 사제(私製) 밥을 먹는 호사를 누렸다.

▷국방부가 어제 연예병사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명 가수 비가 복무 중에 연인인 김태희를 몰래 만나다 들통 난 데 이어 일부 연예 병사들이 안마시술소를 기웃거리다 적발된 탓이다. 일부 병사는 군기 문란으로 영창까지 가게 됐다. 몇몇 병사의 일탈 행위 때문에 연예 병사를 아예 없애 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해결책인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6·25 정전 60주년 기념 군 창작 뮤지컬에 출연했던 국방홍보원 소속 연예 병사들은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주말도 없이 3개월 동안 맹연습했다고 한다. 연예 병사들의 군기(軍紀)를 다잡더라도 제도 자체는 놔뒀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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