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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도 3진아웃제 도입… 때리는 남편 설 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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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도 3진아웃제 도입… 때리는 남편 설 땅 없다

동아일보입력 2013-07-08 03:00수정 2013-07-0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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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 강화된 지침 발표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휘두른 남편은 아내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구속 수사한다는 지침을 보도한 본보 5월 16일자 A12면.
5월 초 술에 잔뜩 취한 정모 씨(58)는 다짜고짜 아내에게 의자를 집어던지고 때렸다. 며칠 뒤에도 주먹을 휘둘렀다.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남편은 술만 마시면 습관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언제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참다못한 아내는 두 차례 남편을 신고했지만 번번이 풀려났다. 가정을 깰 수 없던 아내가 경찰 조사에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서였다. 가정폭력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정폭력 사범을 처벌하는 ‘3진 아웃제’가 도입된다. 3년 내에 2번 가정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다시 가정폭력을 저지른 경우 구속 수사하는 것이다. 대검찰청 형사부(부장 박민표 검사장)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가정폭력 사건 처리 및 피해자 지원에 관한 지침’을 발표했다. 이를 제일 먼저 시행해온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홍창)는 지난달 19일 정 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상습적으로 흉기나 위험한 물건으로 가정폭력을 행사하고 가족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상처가 남지 않은 단순폭행 사건은 아내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공소권 없음’ 처분되고, 초범이거나 몸에 상처가 났어도 아내와 합의하면 기소유예 처분됐다. 하지만 이제 기소유예 처분이 돼도 가정폭력상담소에서 20시간 또는 40시간의 상담, 보호관찰소에서 8∼16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검찰은 가해자를 기소하거나 관할 가정법원에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단순폭행이나 단순협박 사건도 가정법원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때 판사는 남편과 피해자, 가족 등을 소환해 조사 및 심리한 뒤 △격리 △접근 금지 △구치소 유치 △보호관찰 △사회봉사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이 같은 지침이 마련된 건 우리나라도 가정폭력에 대해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의 경각심을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 일본은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경찰과 바로 연락할 수 있는 단말기를 대여해주고, 영국은 법원의 결정 없이도 경찰관이 현장에서 바로 가해자를 격리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가정폭력은 가족 문제’라는 생각에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폭력 사건의 60%는 불기소 처분됐고, 15.6%는 기소유예됐다. 관대한 처분 때문에 피해자는 신고도 잘 하지 못하고, 재범률은 높아졌다. 경찰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8762건이지만, 가정폭력상담소에 신고된 건수는 11만8178건이나 됐다. 2008년 7.5%였던 재범률은 지난해 32.2%로 급속히 늘었다. 대검 관계자는 “가정폭력에 관대했던 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가정폭력이 학교폭력이나 성폭력의 잠재적 원인이 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다문화가정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사건 발생 초기부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연계해 통역과 변호사 등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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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가정폭력#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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