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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사병에 두통약 준 軍… 생때같은 막둥이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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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사병에 두통약 준 軍… 생때같은 막둥이가 죽었다

동아일보입력 2013-06-18 03:00수정 2013-06-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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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입대 신성민 상병 허망한 죽음 첫째 누나 신민령 씨(36)는 17일 난생 처음 앰뷸런스에 탔다.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의 장례식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덜컹거리는 앰뷸런스에 누운 막냇동생 신성민 씨(22·상병)는 말이 없었다. 동생은 더이상 “머리가 아프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멀쩡하게 군대에 갔던 막내는 시신이 되어 누나 옆에 누워 있었다. 머릿속에는 암 덩어리가 자라고 있었는데 동생은 군대에서 두통약과 소화제만 처방받아 먹다 결국 숨졌다.

신 상병은 의젓한 동생이자 집안의 가장이었다. 신 상병의 어머니는 딸만 셋을 키우다 아들을 낳고 싶어 매일 기도했다. 서른일곱 살 무렵 늦둥이 신 상병을 낳았다. 하지만 신 상병이 다섯 살 되던 무렵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장애판정을 받으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어머니는 공장에서 잡일을 하거나 전화 상담원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부모 대신 신 상병은 가장 노릇을 했다. 누나들이 집에 늦게 들어올 때면 마중을 나갔다. 막노동, 서빙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벌이도 했다.

지난해 1월 입대한 동생은 강원도 홍천의 부대로 배치받았다. 가족은 처음 신 상병의 군 입대를 말렸다. 186cm에 60kg이 약간 넘었던 동생에게 누이들은 조심스레 “살을 조금만 더 빼 공익근무를 하면 어떻겠냐”고 권했다. 신 상병은 오히려 살을 더 찌웠다. 이왕 가는 것 제대로 가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가족은 해병대에 지원하겠다는 것도 간신히 말렸다.

신 상병은 ‘머리가 아프다’는 게 전형적인 꾀병으로 비칠 것도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머리가 아프다고 의무대를 찾아가면 진통제를 주는 것이 전부였다. 아픔을 참다못해 다시 찾은 의무대에선 “뭘 혼자 먹었냐”며 손을 바늘로 따고 콩알만 한 한약 소화제 2알을 줬다.

신 상병은 머리가 아픈 채로 부대생활을 계속했다. 혹한기 훈련에도 빠지지 않았다. 신 상병의 뇌에 생긴 암 덩어리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고통을 참다못한 신 상병이 의무대를 다시 찾아가자 중대장은 욕설과 함께 “아직 여기 올 기력은 있네”라며 핀잔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밥도 못 먹고 물만 마셔도 토하는 상태에 빠졌다. 신 상병은 결국 1월 초 가족에게 ‘아프다’고 전화로 알렸다. 전화를 받은 가족은 불안에 휩싸였다. 평소 가족이 걱정할까봐 ‘아프다’ 소리 한번 안 하던 성격이었다. 신 상병은 2주가 지나서야 집에 왔다. 부대가 휴가를 미루고 신 상병을 부대 행사에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뒤늦게 심각성을 파악한 부대 관계자는 신 상병이 휴가 나가기 이틀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할 거 다 해봤는데 애가 계속 아파한다”고 했다.

1월 25일 아들의 모습을 본 어머니와 둘째 누나는 당황했다. 아들은 검은 양말과 흰 양말을 한 짝씩 신을 정도로 정신까지 혼미한 듯했다. 큰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고 “어떻게 집으로 걸어 왔냐”며 놀랐다. 뇌종양의 상태가 심각했다. 가족은 신 상병이 5개월 동안 아파했지만 부대에서 ‘꾀병’으로 여겨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알았다. 나라를 위해 아들을, 동생을 보낸 가족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 첫째 누나는 “부대에선 ‘할 거 다했다’고 했지만 두통약과 소화제를 주고 근처 애들 가는 소아과에 데려가 척수 검사를 했던 게 전부”라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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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상병은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국군수도병원에서 한 수술 외에는 지원이 안 된다고 해 수술비도 가족이 냈다.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가족은 수술 이후 신 상병을 국군수도병원으로 다시 옮길 수밖에 없었다.

면역력이 약해 다른 환자들과 격리돼 있어야 했지만 신 상병은 다른 환자들과 섞여 치료를 받았다. 5월 9일 신 상병의 옆자리에 감기 환자가 들어왔다. 신 상병의 어머니는 “마스크를 씌우면 안 되겠냐”고 간호사에게 부탁했지만 아무 조치도 없었다고 한다. 옆에 있던 환자에게 직접 부탁했지만 “(나 때문에) 여기 있는 환자에게 감기 다 옮기겠네”라는 비아냥만 들었다. 다음 날 신 상병에게 미열이 났고 며칠 뒤 폐렴에 걸렸다. 5월 14일 폐렴을 앓던 신 상병은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졌고 결국 17일 오전 사망했다.

17일 빈소에서 기자와 만난 신 상병의 아버지는 큰소리로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생기지 않게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그들을 용서하지 마’라는 아들의 마지막 말이 계속 귀에 맴돈다”고 했다. 누나 민령 씨는 “자기 부하가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지휘관들이 한 번도 사과하지 않느냐”며 울부짖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이 몸이 아픈 병사를 세밀하게 보살피고, 적절한 진료를 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군 의료체계 개선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성남=김성모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mo@donga.com
#국군수도병원#신성민 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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