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육 먹는 시리아 반군에 무기주나” 푸틴, 캐머런과 회견중 면전서 비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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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 정상, 시리아 사태 해법 갈등… 러,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반대

17일 개막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시리아 문제를 둘러싼 갈등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무기를 건네 반군이 학살당하는 것을 어떻게 지켜볼 수 있겠냐”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러시아 비난에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날 시리아에 대한 서방세계의 비행금지구역(No-fly zone) 설정을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서방세계와 대립할 뜻을 내비쳤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당선자도 이날 “시리아의 위기는 시리아 국민의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외부 세계의 개입을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G8 정상회의 개최 하루 전날인 1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캐머런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영-러 정상회담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캐머런 총리가 먼저 시리아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일부 주제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했다. 그러나 G8 회의는 시리아 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시리아 사태를 두고 큰 의견 차가 있었음을 외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기자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이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지원키로 한 것이 시리아 평화회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누가 죄인인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이견들이 있다. 그것(미국의 무기 지원)은 평화회의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이 “캐머런 총리가 지난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하는 사람들은 시리아 어린이의 피를 손에 묻히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불쾌한 표정으로 “대중과 카메라 앞에서 적군을 죽인 것도 모자라 시체를 열어 장기를 먹는 사람들을 지원해야 하느냐. 당신들이 무기를 주려는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냐. 이건 아마도 수백 년 동안 유럽에 전파됐던 인도적 가치와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라며 발끈했다. 순간 기자회견장에는 정적과 긴장이 감돌았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법에 맞춰 시리아의 합법적인 정부에 무기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규정도 위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은 유엔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자 당황한 캐머런 총리는 “시리아 야권은 기독교인을 포함한 소수를 존중하는 다원적이고 민주적인 시리아를 약속했다. 영국은 극단주의자에게 무기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럽연합(EU)의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 금수 해제 조치를 옹호했다. 영국 언론은 푸틴 대통령의 강경한 표현들은 정상회담 기자회견장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비외교적인 언어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푸틴#캐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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