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숲 태교-힐링 프로 인기… 숲, 국민행복 충전소로 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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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은 올 한 해 맞춤형 산림교육·문화·치유프로그램을 1752회에 걸쳐 9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임신부가 숲 속에서 숲 태교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숲 치유사의 도움을 받아 숲 속에서 기체조를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은 올 한 해 맞춤형 산림교육·문화·치유프로그램을 1752회에 걸쳐 9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임신부가 숲 속에서 숲 태교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숲 치유사의 도움을 받아 숲 속에서 기체조를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10년 전 나는 우리 마을 앞에 히말라야시다 세 그루를 심었습니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나무에 볼을 비비고 포옹하며 평안과 위안을 얻습니다. 나무를 만지고 포옹하는 것과 같이 우리는 자신과 남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달 초 방한한 베트남 출신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 그는 저서 ‘Touching Peace: Practicing the Art of Mindful Living’에서 나무를 통해 평안을 얻고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일깨웠다고 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나무에 대한 일방적 칭송이 아니라 이를 통해 나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얘기했다.

교수 출신인 신원섭 산림청장은 자신의 책 ‘치유의 숲’과 ‘숲으로 떠나는 건강여행’에서 여러 연구결과를 근거로 ‘숲은 부작용 없는 치료약이요, 돈 주고 사지 않아도 되는 보약이며, 모든 사람을 치유하는 종합병원’이라고 했다. 몸과 마음이 평안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해 숲은 꼭 교류해야 할 대상이라고 적었다.

숲은 보고 즐기며, 인간에게 환경적 경제적 가치를 주는 것 이상의 혜택을 주고 있다.

임신부, 숲 태교 인기

사단법인 산림문화컨텐츠연구소는 2011년부터 산림청으로부터 위탁받아 임신부와 그 가족을 위해 숲 태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숲 태교 교실은 산림청의 생애주기별 산림복지를 구현하는 첫 단계다.

숲 태교는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 증진을 위해 숲에서 명상 산책 등 정서적 신체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숲을 걷고 바람과 물소리를 듣고, 나무와 풀 향기를 맡고, 그 속에서 명상과 체조를 하고….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는 숲에서 명상하는 임신부를 시험한 결과 배 속 아이의 태동이 도심지에 있을 때보다 더 활발해지는 내용이 방영됐다. 산림청 조사 결과 실제 숲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그러지 않을 때보다 스트레스 호르몬 중 하나인 혈중 콘티롤이 1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일, 또는 1박 2일 코스의 ‘숲 태교’ 교실은 3년 전만 해도 목표 인원을 채울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넘쳐 난다.

이 연구소 최선희 부소장은 “배 속 10개월이 생후 10년 교육보다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숲 속에서 아기는 편안하고 엄마와 대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의 생애주기별 산림복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숲’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산림청은 이처럼 숲 태교뿐만 아니라 영·유아, 청소년, 장년, 그리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기까지 모든 생애과정을 숲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립자연휴양림, 치유의 메카로

숲을 통해 활력 있고 행복한 삶을 효과적으로 추구하기 위해선 체계적이고 이용자에게 맞는 교육과 문화 치유 프로그램도 요구된다.

산림청은 올해부터 전국 37개 국립자연휴양림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야심에 찬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맞춤형 산림교육·문화·치유 프로그램을 1752차례에 걸쳐 9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것이다. 휴양림을 ‘치유의 메카’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산림청은 우선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심신이 지쳐 있는 청소년들이 숲과 호흡하면서 정서함양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숲·자연·세로토닌 캠프’ ‘에코 힐링 캠핑’ 등 청소년 프로그램을 205회에 걸쳐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또 만성 질환, 환경성 질환, 중독성 질환 등 질환별 맞춤형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해 산음자연휴양림에서 450회에 걸쳐 2만2000명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특히 가족 중심의 여가문화 확산을 위해 가족단위를 겨냥한 테마형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지리산자연휴양림의 한지체험, 대관령자연휴양림의 숯가마체험 등 38종의 산림문화·테마 프로그램을 1011회에 걸쳐 6만5000명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은 37개 국립자연휴양림의 체험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휴양림 대축제’를 6월 14∼16일 경기 가평군 유명산자연휴양림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숲이 국민의 행복한 쉼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요에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시설도 확충해 숲을 치유의 메카, 국민의 행복 충전소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 숲을 일터-삶터-쉼터로 끌어올리는 산림치유 ▼

‘힐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휴일이나 주말이면 많은 사람이 산과 숲길을 찾는다. 경제성장의 뒤안길에서 지치고 힘들어진 마음을 우리 국민은 숲에서 쉬고 치유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세계적으로도 독일 일본 스웨덴 핀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건강을 증진할 목적으로 숲을 활용하고 있다.

‘산림치유’란 숲에서 진행되는 치유프로그램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인체 면역력을 높여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 수준을 높이는 활동이다. 그 효과는 기후와 햇빛, 소리, 향기(피톤치드) 등 숲 자체에서 오는 환경인자의 효과와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치유프로그램의 효과로 요약할 수 있다.

전문가가 구성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숲이 지닌 그 자체의 매혹성을 이용해 참가자가 즐기면서 스스로 건강증진 노력을 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크다.

마침 산림청이 경기 양평과 전남 장성, 강원 횡성에 ‘치유의 숲’을 조성해서 운영하고 있고 권역별로 치유의 숲을 조성 중이다.

그 근저에는 근래 진행되는 산림치유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도움이 된다. 우울증은 숲에서 그냥 걷기(산림욕)만 할 때보다 전문가가 이끄는 치유 활동에 참여했을 때 더 효과가 있다. 대사증후군 환자들은 산림치유 참가 이후 건강이 향상되고 혈압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에 빠진 청소년들은 산림치유 캠프에 참여하는 동안 인터넷과 게임에 대한 욕구가 줄고, 아토피질환자들이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체내 비타민D가 증가해 증상의 정도가 완화됐다. 산림치유가 올바로 발전한다면 개인의 건강증진 및 행복감 획득이란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국민의 보건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산림치유 시설을 활용하면 주변 낙후지역을 활성화해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도 꾀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강산을 푸르게 만들었던 숲이 국민에게 ‘일터, 삶터, 쉼터’로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할 때다.

우종민 인제대 백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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